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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봄바람에 날릴라

입력
2007.04.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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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찰이 봄바람에 나풀거리는 이슬람 여성들의 춘심 단속에 나섰다. 스카프를 느슨하게 둘러 머리카락을 너무 많이 드러냈거나 몸에 꼭 끼는 옷을 입은 수백명의 이란 여성이 20년 만에 최대 강도로 실시된 대대적인 단속에서 ‘복장 불량’으로 유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경찰은 28일부터 주요 도시에서 이슬람 복장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을 실시, 278명의 여성을 구류했다. 이중 231명이 다시는 부적절한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후 석방됐고, 구류를 면한 3,548명의 여성들은 경고와 함께 이슬람 지도처분을 받았다.

‘부적절한 의상’이란 리본처럼 좁은 스카프를 느슨하게 매 머리카락의 대부분을 드러내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는 것을 뜻한다. 짧고 화려한 재킷을 몸에 꼭 맞게 입거나 종아리를 드러내는 바지를 입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매년 봄이면 강경파 성직자들로부터 이슬람 여성에 대한 복장 단속 요청이 줄을 이었지만 지난 2년간은 소규모의 국한된 단속만 있었다. 느슨해진 드레스 코드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이전 통치자인 개혁주의자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산 중 하나.

하타미 통치 기간인 1997~2005년 도시여성을 중심으로 한 많은 이란 여성들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부과됐던 드레스 코드를 폐기, 머리카락을 완전히 덮는 베일과 두꺼운 코트,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감추는 검은색 혹은 회색의 차도르를 입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5년 강경파인 아흐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란인들은 혁명 전성기의 이슬람 복장 규율이 부활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단속으로 정권의 보수색이 본격화하자 다수의 온건파 이란인들은 “경제정책 실패와 물가 급등,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고립을 초래한 대통령의 폭력적 언사 등이 문제인데 내부 반란을 막기 위해 복장문제를 구실로 삼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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