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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여전히 현재형의 이름/ '현대 비평과 이론' 작가론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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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여전히 현재형의 이름/ '현대 비평과 이론' 작가론 게재'

입력
2007.04.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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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만 29세의 한 기자가 서울 시내 심야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기자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 사후 문학과지성 시인선으로 나온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이 불가해한 죽음보다 더욱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키더니, 현재 62쇄라는 경이적 기록을 달성했다.

그가 떠난 지 20년을 코앞에 둔 지금 격계간 문학이론지 <현대 비평과 이론> 봄ㆍ여름호가 기형도 작가론을 게재,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턱없이 미약했다는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최애영 중앙대 불문학과 교수는 ‘터지지 않은 파열음에 귀 기울이기’에서 시인의 <입 속의…> 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논평을 시도했다. 최 교수는 “시인의 시대는 전제적인 거대 권력이 상징적 아버지의 역할을 자처했고, 사람들은 그 폭압을 격렬하게 부인하던 때”라며 “가장 개인적인 방법으로, 자신만의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보다 건강하고 굳건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하나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한다.

박찬일 시인은 ‘기형도 시에 대한 몇 개의 진술’에서 “기형도는 신이 부재하는 시대, 절대적 고독을 말한 죽음의 시인이었다”며 “죽음을 말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쓴다. 나아가 “그의 시는 스스로를 정말 늙었다거나 죽었다고 인식, 그에 대해 절망하는 죽은 자의 시”라고 말한다.

장경렬 편집주간은 “기형도 시인에 대한 무성한 관심에도 불구, 진지한 논의가 따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며 “다음 호에는 최근 작고한 오규원 시인에 대한 작가론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입 속의 검은 잎> 을 펴낸 문학과지성사 측은 “1980년대 청년의 문학적 호소력이 여전한 울림을 지니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시인의 20주기 기념 사업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김현씨는 기형도 사후 “역사를 등지고 개인의 감정이라는 좁고도 깊은 웅덩이 속으로 웅크렸던 그의 시를 인간 보편의 진실이라는 보다 넓은 지평에 입각하여 한국 시 문학사에 위치시켜야 할 의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고시집을 펴내는 데 주력했다.

최애영씨는 “감수성이 빚어낸 시의 진정성은 시대를 초월한다”며 “스스로에 대한 진실된 태도란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 시대, 기형도의 시를 읽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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