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동네 싸움'에 회사의 조직과 위세를 동원해 보복을 한 혐의로 한화 김승연 회장이 곧 경찰에 소환된다. 그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왜 싸웠는지,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서로의 피해가 어떠한지 등은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다.
김 회장이 소위 '공인 이상의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술집까지 쫓아가 폭행에 가담한 행위에 국민들이 역겨워하고 있다는 것이며, 경찰이 한 달 이상 사건을 뭉개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는 점이다.
쌍방폭행 사건에서 의도와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정황을 배제하고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김 회장의 행동을 탓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사회적 신분과 위상을 개인적 무기로 이용하려 들었다는 점, 조폭이든 경호원이든 직원이든, 사적 인원을 동원해 아들의 싸움에 팔을 걷었다는 점 등이다.
재벌이라는 특권의식이 법질서에 의한 공정한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무시한 행동의 기본 바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단순히 재벌2, 3세의 음주ㆍ폭행 해프닝 쯤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벌의 위세와 영향에 주춤거렸던 경찰도 그렇다. 국회의원의 과속이나 주차 위반에 가차없이 벌금을 매긴다는 경찰이 '재벌 총수의 술집 폭력'엔 왜 그토록 관대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 달 넘게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다가 언론의 보도를 뒤쫓아 "전면 수사 재개"니 "아들과 아버지 소환"이니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우습다. 일반인들이 '경찰은 강한 사람에겐 어이없이 무너지고, 약한 사람에겐 한없이 모질다'고 비난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 우습고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김 회장의 주변에서 "부모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며 단순 폭행사건으로 얼버무리려 드는 것은 '일반인의 재벌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도외시한 이기적 발상이다. 경찰 역시 "언론이 과잉반응 한다"는 식으로 여긴다면 자신들의 소임을 스스로 저버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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