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둔 범 여권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력한 ‘코디네이터’로 부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승하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4ㆍ25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두 사람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4ㆍ25 재보선은 DJP연대, 즉 호남과 충청 연대의 복원에 무게를 두는 김 전 대통령과 지역구도 타파를 강조하는 노 대통령의 대결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충청과 호남에서 국민중심당과 민주당의 지역 기반이 확인된 까닭이다. 4ㆍ25 재보선 직후 27일 실시된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45.4%)이 노 대통령(30.3%)보다 대선구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가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주의 부활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의 깃발 아래엔 민주당과 동교동계 이외에 통합신당모임,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 의원이 주도하게 될 열린우리당 2차 탈당 예정그룹까지 모여드는 양상이다. 특히 전남 장흥ㆍ영암 출신인 민생정치모임 유선호 의원의 민주당 입당이 임박했다는 소문까지 떠도는 등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우리당 탈당인사를 흡수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 가운데 친 동교동계가 많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쪽도 조직정비가 활발하다. 이광재 이화영 의원 등 우리당 내 친노그룹과 27일 깃발을 올린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묶고, 나아가 느슨하게는 김근태 전 의장과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 등 진보블럭과 함께 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대표적인 친노 단체인 참여정치실천연대가 29일 해체를 결의함에 따라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주력부대로 등장하고 있다. 이 조직이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을 대선에 내세우고, 이어 내년 총선에서 친노 신당을 창당하는 모태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양측의 소리 없는 상당기간 계속되겠지만 대선 직전 손을 잡을 수도 있다. 매개는 남북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당 창당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이나 친노그룹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혁규 의원에 의해 주도될 수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 기획’박성민 대표는 “정 전 의장이 친노진영의 대선주자가 될 수도 있다”며 “정 전 의장으로선 노 대통령과 갈라서기보다 연합 극대화 또는 지분 확인을 통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의 경우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재정적 지원자인 동시에 친노 정치인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정치컨설팅업체 ‘폴컴’윤경주 대표는 “DJ의 햇볕정책 계승과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을 만족시킬 후보가 유력한 입장에 서게 되겠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전망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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