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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라와 거인' 거인아 누가 뭐라해도 내가 손 잡아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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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라와 거인' 거인아 누가 뭐라해도 내가 손 잡아줄 게

입력
2007.04.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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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농촌 봉래마을에는 씩씩한 여자아이 소라가 산다. 소라는 자기 몸집 만한 바위를 번쩍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기운이 세고 여자 아이를 괴롭히는 오빠들을 혼내줄 정도로 의협심도 강하다.

이 마을 뒷산에는 거인이 산다. 몸집은 집채 만하지만 산짐승을 잡아먹지 못하고 도토리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마음이 약하다. 홍수로 떠내려가는 마을 청년을 구해주는 착한 마음씨도 가졌다. 외톨이 거인의 유일한 말벗은 소라. 거인이 사는 동굴을 찾아간 소라는 함께 노래도 부르고 글자도 가르치면서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거인을 먼 발치에서 본 마을 사람들은 거인이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라며 대형 덫을 놓고 포수를 보내 거인 사냥에 나선다. 할아버지도 소라의 입산을 금지하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삼키고,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인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존재는 소라다. 뜬소문만 듣고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거인을 ‘괴물’로만 여기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소라는 꽃을 사랑하고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거인의 진솔한 마음을 이해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 명절에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엄마 아빠 때문에 늘 외로움을 품고 살았던 소라였기 때문에 거인의 산 만한 외로움을 이해하고 마음 문을 열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힘으로는 누구라도 제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둡고 불안해 하는 거인과, 건강하고 낙천적인 소라의 대조적인 모습을 비교하는 것이 작품 감상의 핵심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가 한 인간의 인성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라와 거인> 은 시와 소설만 써왔던 원재길이 처음으로 펴낸 동화다. 서울을 떠나 3년째 원주 인근의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작가는 시골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소라의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 내는 도시 아이가 아니라, 참을성 많고 의젓한 시골 아이에게서 소라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쉽게 포기하는 아이들이 자립심을 좀더 키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4~6학년.

소라와 거인, 원재길 글ㆍ그림, 한림출판사 발행ㆍ144쪽ㆍ8,500원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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