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기대하는 대선주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새로운 고민에 휩싸였다. 일단 정치 참여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선거에 필요한 자금이나 조직 같은 실질적인 문제가 이제 그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듯 하다. 그는 27일 서울대에서 기자와 만나 “정 전 총장이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소문이 나돈다”는 질문에 “무슨 소리냐. 준비를 다 하고 있는데”라고 부인했다.
오히려 대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요즘 고민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떻게 원칙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정 전 총장은 지난 달까지는 주로 ‘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출마하더라도 당선될 수 있는가’ 등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선에 출마할 경우 돈을 어떻게 모으고, 만일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을 도운 사람들의 뒷일을 어떻게 챙겨줄 것인가 하는 점 등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그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정 전 총장은 그동안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요즘엔 현실적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며 “법정 선거비용인 470억원을 모을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사람이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등이 걱정 거리”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열린우리당 일부 재선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과 자금 문제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대선후보로 뽑히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후보를 상처 낼 수 있는 경선을 가급적 피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지인들에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느 후보보다도 국가를 잘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한다고 한다.
그의 고민이 길어지자 “너무 좌고우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이에 정 전 총장은 “은행을 그만 두고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도 현장을 방문하면서 6개월 이상 고민하더라”며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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