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의선ㆍ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의 정치적 의미에 집착, 시험운행 날짜를 너무 촉박하게 잡는 바람에 안전 문제가 간과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측 구간은 북한이 안전을 책임지게 돼 있어 사고 위험이 높고, 사고가 날 경우 속수무책의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은 27일 “국내에서 열차를 개통할 경우 한달 이상 시운전을 하는데 시운전도 제대로 한번 안하고 사람을 태운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북측 구간에서 혹시 사고가 날 경우 북한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진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이어 “경의선ㆍ동해선은 지난해 5월 시험운행이 무산된 뒤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그때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산된 열차 시험운행을 합의했을 때 경의선은 남측이, 동해선은 북측이 주관해 시험운행을 실시하기로 했었는데 이번에도 이 방식이 적용된다면 동해선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해선 시험운행 구간에서는 지난해에도 열차 시험운행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철로 주변 지반 침하에 따른 궤도점검 열차 탈선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전 문제가 제기됐었다. 동해선 북측 시험운행 구간은 군사분계선에서 감호역-삼일포역-금강산역까지 18.5㎞에 이른다.
더욱이 최근 열린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5월17일로 시험운행 날짜를 잡기에 앞서 안전 문제 때문에 시험운행 날짜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열차 시험운행 후 받기로 돼 있는 800억원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때문에 시험운행을 서둘러야 했지만, 남측은 그렇게 급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정부가 시험운행 의미에 집착한 나머지 북측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시험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이고, 첫번째 시험운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시험운행을) 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27일, 28일 금강산에서 경추위 실무 접촉을 갖고 열차 시험운행의 진행 방식 등을 논의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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