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 상반기 채용 시즌에 돌입하면서 은행 문턱을 두드리는 취업 준비생들도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상반기 18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은행이 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했고 국민은행도 상반기 500명을 모집키로 하고 다음달 2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외환은행도 1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하고 5월 4일부터 14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신한은행도 5월중 채용공고를 내 100여명을 뽑을 계획이며 수출입은행도 상반기 채용을 검토중이다.
이들 은행들의 신입사원 선발기준에 대해 인사담당자들은 한결 같이 “학교나 학점 등 성적보다는 무엇보다 열정적인 태도와 혁신적인 생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영업비중이 높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며 “예전에는 학벌이나 학점 등에 가중치를 둔 게 사실이지만, 공부 잘한다고 영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면접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은행이 2005년부터 학력 및 나이 제한을 없애고 필기시험보다는 심층면접 비중을 높인 ‘열린 채용’을 도입한 후 이 방식이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됐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아예 필기시험이나 토익점수 제한 등이 없다. 국민은행은 토익 700점 이상이고 논술과 인성검사 시험을 치르긴 하지만 올해부터 학력제한을 없앴고 면접 비중이 높다.
면접은 하루종일 치러지거나 아예 1박2일 합숙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출신 학교나 부모 직업 등이 배제된 ‘블라인드 면접’으로 기본적인 인성과 리더십, 협동정신, 창의성 등이 평가된다. 면접관과의 질의응답, 프리젠테이션, 팀프로젝트, 찬반토론 등의 다양한 관문을 거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라면이 몇 개나 팔리고 있다고 생각하느냐?’‘할머니가 번호표를 뽑지 않고 해달라고 할 때, 이전 번호표 고객이 화를 낸다면?’ 등 다양한 돌발질문이 적지 않다. 인사담당자들은 “단순한 금융지식을 평가하기 보다는 말하는 태도와 창의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물론, 공인회계사, 국제재무분석사, 세무사 등 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전문 분야’로서 우대받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나섬에 따라 어학 우수자들도 유리하다. 기업은행은 브릭스(BRICs) 지역 어학 우수자들을, 국민은행은 중국을 비롯해 지점 개설을 준비중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어학 우수자를 우대한다.
이 같은 ‘열린 채용’을 실시한 결과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신입사원 중 서울대 출신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지방대 출신이 3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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