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 국면을 맞을지, 아니면 상당 기간 바닥을 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각종 경제 지표를 근거로 국내 경기가 올해 1ㆍ4분기에 저점을 통과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를 경기 회복과 연결시키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긴 하지만 아직 ‘탈출’을 논할 수준은 안된다는 것이다.
낙관론
경기 바닥론은 25일 한국은행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가열됐다. 1분기 GDP 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웃도는 4.0%. 지난해 2분기(5.1%) 이후 3분기(4.8%) 4분기(4%)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GDP 성장률 하락세가 처음 멈춘 것이다. 한은은 “1분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다”고까지 설명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가 성장률이 가장 낮은 구간에 해당한다”고 말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완만한 ‘U’자형을 나타낼 것임을 예고했다.
민간연구소도 가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산업생산 증가율로 판단할 때 한국 경제가 1분기에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수치와 분석을 배경으로 정부는 올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신중론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 확산에 제동을 거는 경제 지표들도 적지 않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 회복의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실물경기지표인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0.4% 감소해 예상보다 부진했다.
분기별로 봐도 1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3%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기대를 걸고 있는 소비도 올해 1, 2월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3월 소비재 판매는 전월 대비 0.3% 줄었다. 산업생산이나 소비가 계속 움츠러든 상태라는 점 때문에 경기가 바닥권에서 옆으로 횡보하는 ‘L’자형을 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투자지표는 점차 호전되는 모습이나 산업생산, 소비 등의 상승세가 매우 완만해 횡보하고 있다”며 “경기 흐름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
경기가 바닥을 찍고 곧 머리를 들지 여부는 1분기 GDP 성장률에 큰 힘이 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소비의 경우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의 호황에 기댄 소비 측면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건전하고도 착실한 소비의 증가를 가져올 고용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은 경기 회복 전망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신규 일자리 수가 2, 3월 두달 연속 늘어났다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정부 목표치(30만개)에는 7개월 연속 미달하고 있고, 올 1분기 신규 취업자 증가수는 2년 만에 분기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경기 회복 속도는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결정할 것”이라며 “투자 확대와 고용 촉진을 통해 내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내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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