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담고만 있었던 영화적 실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전주영화제에 감사합니다.”
유럽의 ‘색깔 있는’ 시네아티스트 세 사람이 전주를 찾았다. 2007전주국제영화제(JIFF 2007) 메인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Memories’의 주인공 유진 그린(60·프랑스), 페드로 코스타(48·포르투갈), 하룬 파로키(63·체코) 감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28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완전한 자유’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라며 영화제 참여를 기뻐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JIFF가 전 세계의 개성 있는 작가 3명을 선정, 각각 5,000만원씩 제작비를 지원해 자유롭게 디지털 단편을 만들게 한 뒤 하나로 엮는 옴니버스 프로젝트. 올해의 세 감독은 각각 역사, 장소, 첫사랑에 관련된 ‘기억’을 독특한 감각으로 디지털화면에 담았다.
2차 세계대전 시절 강제수용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베스터보르크 수용소> 를 만든 파로키 감독은 “TV를 통해 알고 있는 피상적 느낌이 아니라, 전쟁의 진짜 ‘본질’을 말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TV가 보편화하면서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TV가 원하는 형식으로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JIFF의 도움으로 그런 제약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베스터보르크 수용소> 는 과장과 수식의 살을 걷어낸, 논픽션의 뼈대만으로 구성된 100% 다큐멘터리. 파로키는 이 작품에서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음향을 배제한 무성영화 형식을 채용했다. 그는 “영화 속 음악(음향)의 99.9%는 낭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스터보르크> 베스터보르크>
압축적 밀도가 돋보이는 영화 <편지> 를 만든 그린 감독은 “디지털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영화의 ‘에너지’를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이번에 그것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면에 꽉 차게 클로즈업한 인물의 표정만으로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실험한다. 편지>
또 코스타 감독은 <토끼 사냥꾼들> 에서 리스본 교외 허름한 판자촌 풍경을 통해 포르투갈 경제성장기의 ‘그늘’을 표현해 냈다. 평소 “경제사정 때문에 비디오 작업을 많이 한다”는 그는 “단순한 형식을 통해 모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감독은 영화제 기간(4일까지) 전주에 머물며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토끼>
전주=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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