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ㆍ25 재보선 참패 소식이 모든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26일. 한나라당 강창희 최고위원이 출근하자마자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의.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 앞에 머리 숙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오후에는 전여옥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긴급 의원총회도 열렸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이재오 최고위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저녁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아예 불참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음날인 27일에야 입장을 밝혔다. “강재섭 대표가 제시하는 당 쇄신 방안을 보고 향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현 지도부로는 대선승리가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고개가 절로 갸우뚱했다. 수습책을 보고 진퇴를 정하겠다니, 자신은 지도부의 한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지도부라면 물러나든지, 자숙하든지 하면 될 일이다.
자신이 무슨 심판자인 것처럼 공동 책임을 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은 영 볼썽사납다. 그가 말한 대로 현 지도부로 대선승리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강창희, 전여옥 전 최고위원처럼 먼저 결단한 뒤 대표에게 퇴진 요구를 하는 게 맞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대표경선에서 강재섭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최고위원들간에 공식 서열이나 권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비중은 남달랐던 게 사실이다. 의원들이 ‘넘버 투’에게 바라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나 ‘체제 흔들기’가 아닐 것이다. 그의 행동에 정치적 목적과 복선이 물론 있겠지만, 방법과 과정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김지성 정치부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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