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푹신한 소파에 길게 누워 오후의 나른함을 만끽하던 휴일, 네 살 짜리 딸아이가 흥얼거리는 동요 한 구절이 새삼 귀에 껄끄럽습니다. 왜 아빠 곰만 뚱뚱하지? 고된 회사 일을 핑계로 아이 보기에 소홀한 아버지들의 게으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까 싶자 갑자기 소파가 등에 배깁니다.
인공위성처럼 가정을 겉돌면서 귀차니스트로 일관해온 자칭 ‘불량 아빠 곰’ 십여 명이 지난 주 토요일 밤, 충무로의 한 맥줏집에 모여 앉았습니다. 한국청년연합회(대표 천준호)가 주최한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에 참석한 사람들의 뒤풀이 자리였지요.
아빠들의 육아고민이 쏟아진 그날 밤, 프리의 이번 주 주제가 탄생했습니다. 어린이날을 딱 일주일 앞두고 머리 속으로 반성문을 읊고있을 아빠들을 위한 친절한 지침서이죠. 아이랑 잘 노는 법부터 가족이 함께 갈만한 물놀이공원,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원인인 외톨이 대책에 이르기까지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 노하우를 담았습니다.[편집자주]
아빠는 하루 3번 운다?
▲박찬우(34ㆍ금천구 시흥1동)= 지난 여름휴가 때였어요. 아내와 휴가가 겹치지 않아 혼자서 6개월 된 딸을 봤죠. 남자는 평생 3번 운다지만 아이를 보는 아빠는 하루에 3번 웁니다. 첫 번째는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까 당황해서 울었구요, 두 번째는 울다가 토한 아이의 옷을 갈아 입히려다 빨아놓은 옷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당해 울었죠. 마지막으로 퇴근한 아내를 보니 하도 반가워서 목놓아 울었어요. 아이 보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김태응(35ㆍ충남 천안시)= 그래도 말 못하는 아기 때가 나아요. 우리 애는 동화책을 읽어줘야 잠드는 버릇이 있는데 하루는 제가 동화책을 읽다가 잠시 졸았나 봐요. 아이가 "아빠, 똑바로 읽어"라며 야단을 치네요. 하루 종일 일하고 나도 피곤한데 아이 호통을 들으니 미안한 만큼 야속하기도 하던데요.
▲김 현(37ㆍ경기도 김포)= 요즘 애들 못 당해요. 아이가 뻔히 아는 내용을 물어보면서 대답을 못하면 '씨익' 웃는 게 꼭 아빠를 시험하려는 것 같아요. 어른 체면에 창피하기도 하고, 당황스럽죠.
▲천준호(38ㆍ도봉구 창동)= 하하, 오랜만에 맘 잡고 아이를 보려고 했는데 막상 닥치니 우왕좌왕 대처하기 쉽지 않지요. 사실 육아법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처럼 몸으로 부대끼면서 깨쳐가야 하는데 아빠들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의지도 희박하고.
▲이호근(38ㆍ마포구 마포동)= 맞습니다. 22개월 된 아들이 있는데 재미있게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20~30분에 불과해요. 1시간이 넘으면 슬슬 진땀이 나면서 아이를 엄마에게 떠넘기기 일쑤예요.
▲천준호= 대다수 아빠들이 육아에 대해 '도와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는 일은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인데 말이죠. 같이 직장에서 돌아와도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엄마들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마지못해 잠깐 놀아주는 게 전부죠. 아빠들 반성해야 해요.
식당에서 뛰는 아이, 아빠들의 해법은?
▲윤강중(35ㆍ은평구 응암동)= 아이 키우기가 인내력 테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뛰어다니는 아이들 있잖아요. 전 그런 것 눈뜨고 못 보는 성격이거든요. 도대체 가정교육이 잘 못 된 거죠. 제 아들은 25개월 됐는데 집에서도 밥 먹다 뛰어다니거나 투정을 부리면 밥을 치워버려요. 몇 번만 하면 식사습관 바로 교정됩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러면 안 돼" 경고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체벌을 해요.
▲천준호= 그건 좀 심한데요. 저는 "너 뛰어 놀고 싶은 건 이해하는데 그러면 밥을 먹으러 온 아줌마 아저씨들이 얼마나 불편하겠니. 아빠도 어릴 적 뛰어다니다가 불에 데어서 많이 아팠어" 정도로 이해 시키려고 노력해요.
▲오형준(39, 성북구 돈암동)= 그 말씀도 맞지만 아이를 이해 시키는 것 보다 어른이 이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모처럼 부모와 외식하는데 양껏 먹고 기분도 좋은데 식탁에 얌전히 앉아있을 아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제 경우는 가능한 빨리 먹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 놀아줘요. 아니면 놀이터가 있는 식당을 선택하지요.
▲류동기(35ㆍ서초구 방배동)= 듣고 보니 아빠들끼리는 술 마시고 놀면서 애들은 조용히 앉혀 놓으려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한테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다니. 여자들이 가끔 남편하고 살기가 애 하나 더 키우는 기분이라는 소리 하던데 그래선가?
육아휴직, 하고는 싶지만…
▲변제욱(32, 용인시 포곡읍)= 둘째부터는 거저 키운다는 말 있잖아요. 그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아?키우는 법을 안다는 것과 경제적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잘 키운다는 말은 엄밀히 달라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데 육아휴직을 몇 달 씩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아이를 워낙 좋아해서 셋째도 갖고 싶은데 경제력이 가장 큰 문제예요.
▲김 현= 아이를 키우는 부담이 오롯이 부모 몫으로 남겨지는 현실이 문제예요. 정부는 '낳아만 주십시오. 국가가 키우겠습니다'고 하지만 막상 아빠들은 회사 눈치 보느라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는 육아휴직 꿈도 못 꾸죠, 푼돈 지원 받은들 무슨 보탬이 되겠어요?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오늘 강의는 정치인들이 먼저 들었어야 해요.
그래도 아빠여서 행복하다
▲김동오(41ㆍ성동구 성수동)= 지난해 나이 40에 아이를 봤어요. 그것도 쌍둥이 공주들로요.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게 40년을 보냈는데 쌍둥이를 낳은 후 '내 존재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아요. 두 딸이죠. 물론 남들보다 돈은 1.5배 들지만 행복은 수천 배나 된답니다.
덜 먹고 덜 입으면서도 자식 키우는 재미에 행복해 하는 아빠가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건강합니다. 자녀 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오십줄만 들어서면 퇴직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고된 일상이지만 아빠의 자리를 소중히 지키려는 사람들이니까요. 오늘, 아이와 목욕한다며 욕실을 물바다를 만들었다 해도 야단치지 마세요.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 참 고맙고 멋지지 않나요.
▲ 좋은 아빠가 되려면 학교에 가세요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는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청년연합회가 '양육의 부부 공동책임'을 주창하며 올해 처음 시도한 강좌다. 제 1회 강좌는 지난 21, 22일 1박2일간 남산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개최됐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산모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아이 건강하게 키우기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 등을 주제로 열띤 강의를 펼쳤다. 천준호 대표는 "강의가 끝나도 질문을 하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을 정도로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열의가 대단했다"면서 "7월부터는 전국 순회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 강의는 5월 26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숙박 없이 열리며, 참가비는 5만원이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한국청년연합회 홈페이지(www.kyc.or.kr)를 참조하면 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외톨이 아이' 부모님이 도와주면 달라져요
● 아이 사회성 키우는 생활수칙 5계명
외톨이(Loner),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 못해 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 왕따….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들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이들처럼 사회 부적응을 겪은 사람에 의해 벌어진 참사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입을 위한 사교육에 ‘올인’ 하는 한국 부모들로서는 사회성과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터.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외톨이가 아닌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자녀교육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는 생활 수칙’을 소개한다.
▦ 또래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하라
요즘 아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사회문화적 환경 탓이다. 아이들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친구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이는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몰입하게 하는 배경 중 하나다.
특히 인터넷 채팅은 의견이 맞는 아이들끼리만 대화가 가능하다.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튀는 의견을 내는 아이들은 강제퇴장 당하는 일이 흔하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풍토는 타인과의 대면 자체를 불편해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족과의 애착(attachment)을 바탕으로 서너 살부터 또래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이 인성 발달의 근간”이라고 강조한다. 될 수 있는 한 아이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이런 모임조차 부모 중심의 모임, 또는 학습 정보 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흘러가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는 스스로 배우는 능력이 있다. 처음 보는 또래 아이와 놀고 있어도 간섭하지 말고 멀리 떨어져 얼굴 표정으로 심리적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이의 사회성과 자신감을 키운다.
▦ 자녀와 친구에 대해 대화하라
사회성이 중시되지만 현실은 사회성을 키우기엔 열악한 환경이다. 맞벌이가 보편화하고 전업주부의 활동 영역도 넓어짐에 따라 형제자매가 없거나 적은 아이들은 대화 상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부모가 대화를 들어주더라도 학교생활과 학습, 과제에 관한 주제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양미진 한국청소년상담원 조교수는 “자녀의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아이들의 교우관계를 흥미로운 주제로 만든다.
▦ 듣는 훈련을 시켜라
‘맞고 다닐 바에야 차라리 때리라’는 게 한국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렇다 보니 자기만 중시하는 태도가 몸에 밴 아이들이 흔하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다. 자신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훈련을 시키는 게 좋다.
임재연 서울시 청소년정보문화센터 상담실장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상담 신청을 해오는 아이들을 보면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자기만 아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는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조기개입은 필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울해 하고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보이는 등 사회성 부재의 초기 증상이 발견됐을 때는 부모가 빨리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양미진 조교수는 “아이가 짜증내고 밖에 안 나가려는 행동을 보이는데도 ‘그러다 말겠지’하고 무심히 넘기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더욱이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나무라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이용해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당부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 외부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경우 전국에 145군데 상담센터를 열어두고 있다.
▦ 방임도 과잉보호도 금물
양재연 청소년정보문화센터 상담실장은 “상담을 요청해오는 아이들의 부모 유형을 분석해보면 방임형이나 과잉보호형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와 대화시간을 갖지 못하고 방임하는 경우 외톨이 청소년을 키우거나 또는 ‘왕따’ 가해학생을 방조할 수 있다. 과잉보호 역시 아이가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게 해 외톨이 자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왕따 고통 자녀엔 사회성 키워주는 프로그램 이용
어린이날을 앞두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깨닫게 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자녀의 사회성을 걱정한다면 참고하자.
당장 자녀가 ‘왕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친구를 긴급 수혈할 수 있는 서울시 청소년정보문화센터(이하 청소년정보문화센터)의 ‘데이(DAY)캠프’.
일명 ‘외톨이 탈출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참가한 청소년들이 영상물 등을 함께 기획, 제작하면서 협동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는 게 기획의도다.
28일 청소년정보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친구들을 사진 찍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또래집단 내에서의 자신의 모습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대인행동 기술도 배우게 된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대상은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친구관계를 더 잘 하고 싶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대상인 만큼 아이들 개인별로는 공격적이거나 또는 매우 소극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지만 일단 외톨이로 지내던 아이도 친구를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02) 795-8000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꼬마 세계시민 전시(Global Citizen: We are Peacemakers!)’.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성과 평화와 관련된 개념, 즉 갈등과 문제해결, 자아 존중, 신뢰와 사랑, 개방과 관용 등을 재미있게 배우게 된다.
예컨대 ‘모자이크 얼굴(Mosaic Face)’ 코너는 다양한 인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얼굴을 보면 여러 계층, 여러 인종의 수많은 사람의 얼굴사진을 모자이크로 이어 붙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종과 계층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라는 수용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얘기다.
장화정 삼성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반면 너무 일찍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에 잠시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를 재발견하게끔 해주는 전시”라면서 “타인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는 열린 사고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호평 받고 있다”고 전했다. (02) 2143-3600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아항 알았다! 연령별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
마음은 굴뚝 같아도 아이와 잘 노는 법을 모르겠다는 아빠들이 의외로 많다. ‘놀이’라면 꼭 특별한 ‘도구’를 갖춰야 할 것 같은 선입관 때문.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일상 자체가 놀이터 혹은 놀이 도구다. 아이랑 놀고자 하는 아빠가 갖춰야 할 것은 도구가 아닌 마음 자세.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보호자가 아닌 친구가 되라”고 조언한다. 아빠도 즐겨야 아이가 즐겁다는 소리다. 일상적인 물건들을 갖고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아빠 놀이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0~12개월
● 목마 타기
아기가 목을 가누는 생후 4개월이후면 목마를 태울 수 있어요. 아이를 목마 태우고 집안 구경을 두루 다니세요. 아빠 목에 올라타 바라보는 집안 풍경이 평소와는 많이 다르겠죠? 목마를 태우고 아빠가 몸을 좌우로 살살 흔들어주면 아이는 몸의 균형을 잡는 연습도 할 수 있어요.
이건 주의하세요: 아이의 다리와 허리를 두 손으로 꼭 잡아 아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문을 통과할 때는 아이 머리가 문틀에 부딪치지 않도록 몸을 낮춰 주세요. 아이가 신나 한다고 뛰는 것도 위험합니다.
● 바람처럼 움직이기
아기와 함께 창문 앞에 서서 밖에 바람이 어떻게 불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바람소리도 들어보고,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구나”하며 아기에게 바람 부는 소리와 모양을 알려주세요. 설명이 끝났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아기를 흔들흔들 앞뒤로 움직입니다. 입으로는 “슈욱“ “씽” 바람 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바꿔가며 흔들어주세요.
이건 주의하세요: 어린 아기는 너무 빨리 흔들면 안 돼요.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무리하게 흔들면 신경을 다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딱 그만큼만 흔들어주세요.
● 이불 감기
포근한 이불에 아기를 눕히고, 돌돌 감았다가 이불 끝을 잡아당겨 다시 돌돌 풀어줍니다. 아기 어깨까지 이불로 감싸주고, 아기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얼굴을 보면서 천천히 굴려주세요. “어디 숨었나? 여기 있구나” 이야기를 해주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이건 주의하세요: 아기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불 끝을 ‘후루룩’ 빠르게 잡아당기는 행동은 위험합니다.
▦13~24개월
● 신문지 눈 내리기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신문지를 맘껏 찢고 던질 수 있는 게 너무나도 즐거운 일입니다. 아빠와 함께 앉아서 신문지를 맘껏 찢어요. 신문을 눈처럼 던지고 밟으며 눈싸움 놀이를 해보세요. 신문이 없다면 휴지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펄펄 눈이 옵니다” 노래를 부르면 더 좋겠죠. 아이와 신나게 논 후 같이 치우면서 놀이와 생활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 상자 속에 골인
아이에게 공은 좋은 놀잇감입니다. 아빠가 공을 두 손으로 잡고 공을 던지면서 상자 속에 넣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이가 따라할 수 있으면 목표물을 정해주세요. 바구니나 빈 상자를 놓고 던져 넣기를 반복하다 보면 근력과 집중력이 발달합니다. 처음에는 공을 던져넣기 어렵기 때문에 가까이 서서 공을 떨어뜨려 넣게 하세요. 공이 바구니로 떨어져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이런 자신감이야말로 아이를 놀이에 끌어들이는 촉매제입니다. 아이가 던져 넣기에 익숙해지면 바구니를 점점 멀리 놓거나 공을 바꿔가며 놀아주세요.
● 징검다리 건너기
발판을 4~5장 바닥에 깔아놓은 후 아빠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세요. “ㅇㅇ야, 이 발판이 바로 징검다리야. 방 바닥은 냇물이어서 바닥을 밟으면 물에 풍덩 빠지는 거야”하면서 물에 빠지는 흉내를 내면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 할 겁니다. 아이가 건넌 발판을 계속 앞으로 옮겨 놓으면서 안방에서 주방, 현관으로 가봅니다. 처음에는 발판 간격을 좁게 하다가 익숙해지면 차츰 간격을 벌려주세요. 발판 소재는 미끄럽지 않고 쿠션이 있는 고무매트가 적당합니다.
▦25~36개월
● 슈퍼맨 놀이
‘비행기 놀이’로 더 잘 알려진 놀이입니다. 아빠가 누워서 무릎을 가슴에 닿도록 구부린 후 그 위에 아이를 엎드리게 하세요. 아이의 배를 무릎과 정강이로 단단히 받친 상태로 다리를 들어올립니다. 다리를 들어올리면 아이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아빠를 잡으려고 합니다. 두 팔과 발을 뻗어 스스로 균형을 잡도록 유도해 주세요. 떨어지지않도록 다리를 너무 높이 들지않도록 하세요.
● 모자 빼앗기
기마전에서 상대방의 모자를 벗겨오듯 아이와 아빠가 모자 빼앗기를 해보세요.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뒤 마주보고 앉습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상대의 모자와 목도리를 벗깁니다. 목도리 대신 수건을 사용해도 좋아요. 아이에게 무조건 이기거나 져주지 마세요. 이기고 지는 과정이 있어야 놀이를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답니다.
● 인형 맞추기
가지고 놀던 인형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사용했던 종을 하나 꺼내 긴 막대에 줄로 매답니다. 아이가 종이로 돌돌 말아 만든 막대를 이용해 인형을 치게 합니다. 큰 인형으로 시작해 점차 인형 크기를 줄이면 더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이 놀이는 눈과 손의 협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돼요. 막대는 신문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딱딱한 막대를 휘두르다 유리창이라도 건드린다면 큰일이니까요.
자료제공 베베온, 베베하우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아빠와 놀아야 하는 이유
어린이집도 다니고, 무엇보다 전업주부인 엄마가 곁에 있는데 굳이 직장 스트레스로 천근만근 된 아빠가 아이와 놀아줘야 할까? 늦은 밤 맥주잔을 내려놓고 귀가 길에 오른 아빠 중 한명은 이런 질문을 남몰래 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도망갈 구멍은 아쉽게도 없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부모 된 자의 의무 이전에 자녀의 인격형성이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즐비하다. 육아 의무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회식을 ‘창출’하며 놀이 책임을 방기했던 아빠들이 찔끔할 만한 아빠놀이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아빠는 건전한 리더십을 심어주는 사람
“가정으로 젊은 아빠들이 돌아와 아이들에게 아빠만이 전해줄 수 있는 건전하고 건강한 리더십을 놀이를 통해 심어줘야 한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의 축인 아빠가 놀아주지 않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큰 결핍을 겪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심리적으로 사랑과 보호, 안정을 담당하는 엄마만 아이의 놀이에 참여한다면 가족 간의 정서적인 연대감이 부실해 진다”고 덧붙였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행위는 한마디로 말해 ‘정서의 완성’이라는 얘기이다.
결과적으로 아빠와 놀지 못한 아이는 사랑의 결핍을 느끼게 되며 성장 후 더욱 폭력적이 되거나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갈 확률이 커진다. 얼렁뚱땅 육아의 짐을 엄마에게 던져 놓으려는 아빠들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가 아빠와 놀지 않으면 편향적인 성(性) 정체성이 굳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빠가 부재한 가정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더욱 여성적으로 변하고 있는 사실을 보면 아빠와의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부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각종 애니메이션, 만화 등 미디어에 비치는 남성의 모습이 폭력적이고 지배적이며 반사회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만일 아빠와의 놀이가 단절된 상태라면 아이의 의식엔 남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아빠와 놀이를 하는 아이는 이를 통해 남자의 자상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체득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왜곡된 성 의식에 빠지는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빠의 자리보전 위해서라도 꼭 필요
2003년 삼육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왜 아빠가 아이와 놀아줘야 할까’라는 질문에 매우 상징적인 답변을 들려준다. 이 대학 김정미 유아교육과 교수가 대학생 351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가계도를 분석한 결과, 부자(父子)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학생의 비율이 14.5%로 다른 가족 간 갈등 정도의 평균(6.3%)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밀착관계라고 답한 비율은 23.4%로 다른 가족 간의 평균인 45.2%에 크게 못 미쳤다. 아버지가 들어간 가족 관계가 비교적 ‘부정적’ 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녀(母女) 간이 밀착관계라고 한 경우는 66.6%였지만 부녀(父女) 간은 겨우 29.5%에 그쳤다.
아버지가 가족 간의 관계설정에 실패하고 있는 이 슬픈 현실의 시작은 다름 아닌 ‘아이와 놀지 않는 아빠’ 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이의 올바른 정서함양과 사회에 대한 편견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가정에서 아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또한 아이와의 놀이라는 말이다.
이원영 교수는 “아이와 놀지 않아 아빠의 부재가 아이의 뇌에 각인되면 이후 아빠에 대한 신뢰가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가 아빠와 놀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들은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이희경 교수는 “엄마와만 노는 아이보다 아빠와 어울리는 아이는 더욱 활동적이고 신체 발육이 뛰어난 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며 “아빠와의 의사소통은 아이를 보다 성취지향적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쯤이면 아빠와 아이는 반드시 함께 놀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얘들아 아빠랑 놀자> 의 저자 서진석씨의 놀이 철학 얘들아>
--좋은 아빠는 잘 놀아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TV를 끈다.
--주중 하루 저녁, 주말 하루 정도는 놀 시간을 낸다.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하게 놀아준다.
--한계를 느낄 때까지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빠 스스로 놀이를 즐긴다.
--내 아이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초보 아빠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아이 돌보기를 책임지고 아내에게 휴가를 준다.
--아빠는 가족의 주말 문화를 설계한다.
출처: 중앙대학교 교양과목 '예비부모 강좌' 교재에서
양홍주 기?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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