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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당의 이상한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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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당의 이상한 자축

입력
2007.04.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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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4ㆍ25 재보선 결과를 '절반의 승리'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모인 의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몇몇 의원들은 "수고했다"며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한 당직자는 "최근 몇 달 만에 가장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정세균 의장은 "전남 무안ㆍ신안과 대전 서을 승리는 평화개혁미래 세력이 대통합을 위해 손을 잡으라는 지상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선거여건이 좋지 않아 후보를 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선거연합이 된 측면이 강한데 두 곳에서 이겼다니 희한한 논리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참패에 잔뜩 의미를 부여했다. "재보선의 교훈은 부패 정당은 문을 닫게 돼 있다는 것"(장영달 원내대표)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진짜 참담하게 진 건 우리당이다. 우리당은 전국 55개 선거 지역 가운데 14곳에서만 후보를 냈다. 표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기회 조차 포기한 것이다.

14 곳 중에선 전북 정읍 시의원 한 명을 건졌을 뿐이다. 유일하게 국회의원 후보를 낸 경기 화성에선 한나라당 후보에 대패했다. 민심은 한나라당의 오만도 심판했지만, 우리당의 무능에도 등을 돌린 것이다.

우리당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범여권이 대통합을 추진하라는 국민의 뜻"(최재성 대변인) 운운하는 것은 한 때 집권여당이자 원내 제1당으로서 실정에 대한 반성마저 포기한 뻔뻔스러운 태도다.

정계개편이라는 꼼수를 써서 몸만 쏙 빠져 나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얕은 수라는 것을 국민은 안다.

맹자는 '자원자애(自怨自艾)'라 했다. '자기 잘못을 스스로 책망하고 수양에 힘 쓰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당에게 딱 필요한 말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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