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5 재ㆍ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무서우리 만치 정확했다. 지금까지 재ㆍ보선에서 실패해 본 적이 없는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세 곳과 기초단체장 선거 6곳 중 각각 한 곳에서만 이길 수 있었다. 한나라당의 패배 공간은 대신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으로 채워졌다. 총 55개 선거구에서 무소속 의 당선이 무려 23 곳이나 됐다.
선거 결과는 높은 당 지지율과 대선 주자들의 독주 상태가 지속되면서 오만하고 나태해진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에 대한 거부의사가 여실히 입증된 총체적 심판이다. 한나라당에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2명 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성 정치 질서의 연장을 대선에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민의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선거 기간에 드러난 일만 해도 돈 공천, 후보매수, 과태료 대납 등 전형적인 정치 비리들이 재현됐다. 후보를 내지 못하고, 또는 내지 않은 채 비겁하게 주판알만 튕긴 열린우리당은 정당으로 봐 주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정치권으로서는 자업자득이지만, 민심이 이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당 지지율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2명의 지지 추이로 봐도 이런 선거패배는 이상할 정도다. 그러니 애당초 그 지지율이라는 것을 달리 뜯어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 동안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의 계기와 의사를 충분히 가졌고, 표출했으니, 이제 수권 집단과 그 자격에 대해 본격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에 대한 반사 이익의 향유를 한나라당에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민의를 읽어야 한다. 두 대선 주자가 당 안의 좁은 싸움에 몰두하는 치졸한 모습은 비전과 미래를 갈구하는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대전 서을과 전남 무안ㆍ신안에서 국민중심당 심대평씨와 민주당 김홍업씨가 당선된 것은 지역주의의 재발을 말하는 것으로 착잡하다. 물론 유권자들의 선택은 나름대로 이유와 의미를 갖는 것으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 결과를 놓고 앞으로 정치권이 그려갈 궤적과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이 지역주의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 현상도 유력 정당들이 제 자리에서 제 구실을 못하는 바람에 파생된 기형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세력의 실정에 이어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할 유권자들로서는 하나의 대안적 행위였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고인 물에 안주하며 계속 썩어가면 국민은 언제라도 외면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갖은 눈치로 대통합 운운하며 반한나라당의 반사이익이나 주워 볼 요량이라는 것도 국민은 차갑게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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