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를 노려라."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지론이다. 에너지의 97% 수입, 석유 사용량 세계 6위인 한국의 에너지 확보를 담당한 현장사령관이 내놓은 에너지 전략 치곤 어쩐지 '작아'보인다. 하지만 내달로 임기 중간지점을 지나는 황 사장의 지난 1년 반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첫째, 지난해 3월 20억 배럴(국내 연간 석유 소비량의 2.5배) 규모의 나이지리아 2개 광구 입찰을 따냈다. 인도 국영석유회사가 훨씬 높은 가격으로 응찰했지만 석유공사는 나이지리아의 부족한 전력사정을 감안해 발전사업 진출과 유전확보를 연계한 틈새전략을 구사했다.
둘째, 쟁쟁한 석유회사보다 먼저 오일샌드(油砂ㆍ가채 매장량 1,750억 배럴)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7월 캐나다 오일샌드 블랙골드 광구(2억 배럴)를 확보했다. 앞으로 오일샌드 매장량 50억 배럴을 확보하고 2020년엔 일일 20만 배럴을 생산할 계획이다.
셋째, 중동이 아닌 카자흐스탄 등 오지 개발, 새로운 탐사기술을 확보하게 될 심해지역 탐사, 에너지진출 협의회 등 새로운 영역개척에 나섰다.
이 같은 성과가 말해주듯, 황 사장이 말하는 '틈새'란 그냥 좁은 틈바구니가 아닌, 남이 가지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블루오션'이다. "전통적 석유회사의 운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언하는 그에게 새로운 현실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전장이었다.
SK부회장 출신의 황 사장은 석유공사 사상 첫 민간출신 공모 사장이다. 그런 만큼 그는 취임후 살을 깎는 혁신과 공기업 문화 청산부터 주력했다. 각 처ㆍ실별로 분기별 1회 이상 워크아웃 과제 1건 이상을 의무 제출토록 한 '워크아웃제'와 심사를 통해 포상까지 하는 '아이디어 타임제'는 복지부동 하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석유공사를 2015년까지 세계 50위권 석유회사로 도약시키기 위해 혁신으로 무장하고 끊임없이 틈새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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