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5일 대한의사협회 사무실과 장동익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의협의 정치권 돈 로비 실체가 규명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이익단체인 의협이 법안 제정 및 심사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인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품 공여자와 수수 정치인이 누구인지는 사실상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장동익 회장의 발언록(24일자 1ㆍ3면)에 따르면 장 회장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현금 1,000만원을, 다른 한나라당 의원 2명과 열린우리당 의원 1명에게 200만원씩 매달 6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따라서 수사의 초점은 해당 의원들에게 돈이 실제로 건네졌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증거 확보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품이 의협의 로비 조직인 ‘한국의정회’ 를 통해 전달된 흔적이 나타나거나 의협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자백 등 다른 증거가 나올 경우 수사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도 장 회장의 발언록이 보도된 이후 기존 횡령 혐의 고발사건을 수사 중이던 조사부 검사들 외에 특수부 검사를 추가 투입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은 로비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 불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의원 3명과 보좌관 9명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어 타격의 강도는 더욱 셀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이 연말정산 간소화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1,000만원을 줬다고 지목한 정 의원은 3선의 중진으로 당 최고의원도 맡고 있다. 장 회장 발언록에는 보건복지위 소속인 이들 외에도 더 많은 의원들에 대한 로비를 시사한 내용이 있어 여당 등 다른 정치권 인사들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집단휴진과 대규모 시위 등 강경 투쟁으로 의료법 개정안 수정을 이끌어낸 의협도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의협이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근 정부의 수정안 마련이 로비의 결과라는 인식이 확산돼 의협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의료법 개정에 관여했던 보건복지부 공무원이나 다른 의료단체 등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가 지난해 9월 장 회장의 3억8,000만원대 횡령 혐의 고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안이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검이 “수사가 미진했다”며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점은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당시 수사 검사는 “고발 내용에 정치권 로비 내용이 전혀 없었고 횡령을 입증할 증거도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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