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지역에 산업공단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25일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남북경협 산업공단 조성 논의가 한창일 때인 2000년 초 김정일 위원장이 군사적 요충지인 개성시를 공단 부지로 내주며 ‘남북 군축이 이뤄져야 공단에 노동력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임 전 장관에 따르면 당초 국민의 정부가 남북경협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한 곳은 북한 서해안 지역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업 주체였던 현대그룹이 황해 해주시를 요구했고 북측은 군부를 의식해 평북 신의주시를 지목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측과 회담을 갖고 해주시를 강력히 요구하자 회담장에 있던 김 위원장이 예상 밖으로 개성시를 부지로 제안했다고 임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당시 개성을 부지로 주기로 했다는 정 회장의 보고를 믿을 수 없었다”며 “2개월 뒤 북측이 장사정포 후진 배치까지 감수하면서 개성시에 공단 부지를 마련해줘 놀랐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또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김 위원장에게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개성시 인구가 20만명 정도인데 예상되는 노동력 수요 35만명을 채울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걱정 말라, 군인들을 제대 시켜서라도 젊은 노동력을 공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에 필요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8년이 걸리며 이를 위해 군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임 전 장관은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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