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KOSPI)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증시 주변에서는 "내가 가진 종목은 왜 이리도 안 오르나" 하는 짜증 섞인 푸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미 많이 오른 기업의 주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대부분의 종목 주가는 제자리에 머물며 주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양극화가 기업실적의 개선전망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았다. 이 달 들어 업종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1분기에 순익이 크게 늘어났거나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조선 운송 기계 건설 등의 산업재 섹터는 20%가 넘는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 중인 반면, 자동차 정보기술(IT) 제약 은행업종 등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최근까지 발표된 1분기 기업실적을 살펴보면 주가가 크게 오른 산업재 섹터와 철강 화학 등 소재섹터는 3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보기술(IT)과 금융섹터는 각각 -44.5%와 -1.3%의 감소세를 보였다"며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6% 수준이지만, IT섹터를 제외하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32.5%로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업종별 주가 양극화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 달 들어서만 국내증시에서 2조6,000억원 가량을 순 매수하고 있는 외국인은 반도체, 은행업종을 주로 매수해 평균 수익률이 3.7%에 그쳤다. 반면 기관은 유통 운송 증권업종을 주로 사들여 13.3%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펀드 환매로 주식 매수 여력이 줄어든 기관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투자대상 종목을 업황, 실적을 기준으로 압축하고 있다"며 "반면 외국인은 그간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향후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IT, 자동차와 수익구조가 튼튼한 금융을 위주로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장기투자 관점에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가 양극화가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증시에 조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 연구원은 "일부 업종의 과도한 독주는 증시 전체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시장의 단기 과열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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