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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송광수 특강' 그 이후

입력
2007.04.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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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왼팔에 세 번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위에서 대단히 섭섭했나 보다. 잘 하려 했지만 반쯤 좌절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보다 더 썼으면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검찰은 10분의 2, 3을 찾아냈다. 대통령 측근들은 검찰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며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 측근들은 중수부를 폐지하자고 했고, 법무부도 이를 검토했다. 매일 싸웠다."

● 갑작스런 대선자금 수사 고백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에 칼을 들이댔던,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짱' 대접을 받았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말이다. 그는 한 대학의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을 현재형으로 바꿔 놓는다면 당시 우리 모두가 진정 듣고자 했던 말이었다. 그것은 현직 검찰총장의 고백이고 양심선언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국민은 별다른 흥미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제는 다 아는 혹은 짐작으로 믿고 있는 사실이어서 그렇고, 또 '간신나라 충신이든 충신나라 간신이든' 그가 총장으로 있으면서 했던 조직의 발표를 스스로 짓밟고 있어서 그렇다.

사람들은 그의 이번 행태를 '주책이 없다'고 평한다. 이런 민망한 표현을 동원한 것은 '앞 일을 헤아리지 못하고 스스로의 표준과 주견이 없다'는 사전적 설명이 너무나 적확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강의 도중 검찰의 독립 부분을 (학생들이 즐겁게 이해할 수 있도록)얘기하려다 강조한 것일 뿐이다. 모두 보도됐던 내용이다. 별다른 뜻도 없고, 정치적 의미는 더구나 없다"고 해명했다. 언론에 대서특필 됐던 앞의 '내용'보다 이후 기자들에게 밝힌 '해명'이 훨씬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앞 일을 헤아리지 못하고 스스로의 표준과 주견이 없다'는 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이 한 술 더 뜨고 있다. 온 백성이 그러리라 믿고 있는 일을 전직 검찰총장의 입을 빌려 마치 새로운 비리를 발굴한 것처럼 난리를 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 당사자가 자신의 강의 내용에 대해 진의를 밝히고 해명을 하는데도 '현 정권의 비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권력 심층부에 있던 사람의 고백이나 양심선언'으로 둔갑시켜 특별검사를 검토하자니,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니 목청을 높이니 듣기에 민망하다.

한나라당의 논평과 성명, 대응은 송 전 총장이 재직하고 있을 당시와 너무나 똑 같다. 청와대가 "더 많은 액수의 부정을 저지른 쪽에서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진짜 적반하장격의 논평을 내놓은 것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한나라당이 송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그만두지 않고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용한 불법대선자금이 우리의 10분의 1이 안되어서가 아님은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송 전 총장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비록 대학강의라고 하지만 직무상 알았던 일을 흥미거리로 폭로하듯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했다"고 촌평을 했다면 어땠을까. 한결 상쾌한 감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그러고도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면 차라리 그를 영입해 진정한 고백과 양심선언을 하도록 공작(?)이라도 하는 편이 그나마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 한나라당의 뻔한 대응과 논평

촛불시위를 금지한다고 소수 양초상인들의 반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런 황당한 법안을 구상하다 보니 경기 안산시 도의원 선거에서 불거진 억대의 금품수수 의혹, 당 대표 지구당에서 밝혀진 선거법 위반 과태료 논란, 일부 기초의원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회유자금 수수 등 연이은 악재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검찰총장의 발언은 그 동안의 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딱 떨어지는 호재'로 보았음 직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은 지겹다. 그런데도 '이 가뭄에 웬 비냐'하는 심정으로 어기적거린다면 한나라당은 최근 일련의 악재 가운데 가장 고약한 악재를 스스로 키워가는 셈이 될 것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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