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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현장에 가다/ <中> 한국차, 일본차 추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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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현장에 가다/ <中> 한국차, 일본차 추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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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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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진 도시 어바인. 현대차 미국 법인(HMA)과 기아차 미국 법인(KMA)은 물론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닛산 등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의 판매 법인과 디자인 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미 서부의 자동차 메카다.

때문에 각 사의 자동차 판매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자, 미래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 어바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요즘 가장 역동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닛산 자동차를 팔다가 2년전 현대차 딜러로 전환한 더글라스현대어바인오토센터의 스티븐 키프 사장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현대차 판매상으로 바꾸게 됐다”며 “현대차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미국 고객들이 더 많은 돈을 주고 도요타나 혼다를 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엔 한 달에 30여대정도 팔았는데 올해는 90대 안팎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한미 FTA가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긴 힘들겠지만 현대차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테고 장기적으로는 양국 자동차 시장에 모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 모든 한국차 딜러가 키프 사장 같은 상황은 아니다. FTA가 됐다고 해서 한국차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치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큰 오산이다.

환율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락을 만회하기엔, 관세철폐가 안겨줄 가격경쟁력 개선효과는 오히려 미미해 보일 정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6년 한국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4%로 2005년(7.1%)보다 하락했다. 2004년 8.2%를 기점으로 계속 하향세를 타는 상황이다.

수출도 2004년 100억4,400만달러(86만대)에서 2005년 87억6,500만달러(73만대), 2006년에는 87억6,100달러(69만대)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자동차들의 질주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4년 25.5%(324억8,300만달러ㆍ174만대), 2005년 28.4%(352억800만 달러ㆍ185만대), 2006년 32.1%(435억7,700만 달러ㆍ199만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도 선전했던 ‘저팬카’들은 이제 경제회복에 따른 생산성제고에 엔저(低)의 날개까지 달아, 미국시장을 누비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로 통칭되는 ‘빅3’란 말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대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계 3사를 포함한 ‘빅6’가 오히려 더 현실적인 표현이 됐다.

미국 자동차산업 전문 조사기관인 CAR(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숀 맥앨린덴 수석 연구원은 “일본차의 공략으로 빅3의 시대는 무너졌으며, 이제 시장은 빅6로 불러야 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라도 당분간 이 구도를 뚫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미 FTA체결에 따른 기대효과도 차분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FTA가 안겨줄 관세철폐 효과 정도로는 ‘일본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살 길은 FTA가 아니라 노사관계의 수렁에서 벗어나 획기적 원가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호재도 있다. 미국의 주요 메이커들과 현지생산체제를 갖춘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아웃소싱 대상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나선 것은 국내 부품업체 들에겐 다시 잡기 힘든 기회임에 틀림없다.

실제 지난 16~19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부품 박람회(SAE)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완성차 바이어들은 한국 부품 업체들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GM이 주최하는 ‘코리아-GM 자동차 부품 박람회’가 5월, 8월, 10월에 연달아 3차례나 준비되어 있다.

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 엄성필 관장은 “이번 자동차 부품 전시회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의 업체 바이어들이 한국의 부품 업체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한미 FTA에 따른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돼 한국 부품 업체들이 미국 시장내 경쟁력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바인(캘리포니아)=박일근기자 ikpark@hk.co.kr유인호기자 yih@hk.co.kr

■ 장재욱씨 "車부품시장 공략 승산있다"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우물안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입니다.”

미 캘리포니아에서 세번째로 큰 자동차부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장재욱(51ㆍ사진) APW사장은 한미 FTA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 시장(애프터마켓)은 연간 2억7,000만달러가 넘는 거대어장”이라며 “품질력을 갖춘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FTA를 계기로 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선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품질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조차 미 자동차부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데도, 한국 업체들은 움직이지 않는데 대해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도매상의 경우 다양한 품목을 갖추고 있다가 고객(자동차 수리 및 정비 업체)이 요청할 경우 30분내로 조달하는 것이 생명”이라며 “700여가지 자동차 모델에 맞춰 현재 25만가지의 부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한국산은 사실 1%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브레이크 드럼의 경우 모두 1,500종류가 넘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10가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중국 업체들은 품질은 낮지만 다양한 품목을 구비하고 있어 도매상 입장에선 안 쓸 수가 없다”며 “반면 한국산은 쓰려해도 아예 생산조차 하지 않아 구할 수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납품만 생각할 뿐, 더 큰 미국의 자동차 부품 시장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나 품질력이 있는 데다 FTA가 발효될 경우엔 가격경쟁력도 생기는 만큼 적극 구매하고 싶다”며 “특히 전기전자 관련 하이테크 부품들은 한국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한국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향상되고 있는 만큼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구매하러 한국을 찾을 바이어들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카손=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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