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불륜의 유쾌한 복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불륜의 유쾌한 복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입력
2007.04.24 23:33
0 0

강원 속초에서 도장(圖章)을 파며 근근이 살아가는 남자 태한(박광정)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린다. 5년이나 함께 살아 온 아내가 온통 다른 남자에게 빠져있다는 것.

당장이라도 불륜현장을 덮쳐 요절을 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 남자, 배포가 심하게 작다. 끙끙 속앓이를 하다가 아내의 애인이 택시기사 중식(정보석)이란 것을 알게 된다. 둘의 밀회현장을 덮쳐보려고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보지만 일이 자꾸 꼬여만 가는 태한. 중식의 아내를 만나려 서울로 가면서 기막힌 반전이 기다린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는 소심한 남자 태한과 뻔뻔한 남자 중식의 속 좁은 연애와 불륜을 그리고 있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치정극이라기 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두 남자의 서울에서 낙산까지 여정을 쫓기에 로드무비 성격도 가진다. 영화는 구비구비 대관령을 넘어가는 것으로 두 남자의 좁고 비틀린 심정을 대신한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개울에서의 목욕, 술 버릇, 다방의 에피소드가 두 남자의 차이를 부각시키며 아내의 외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영화가 소심한 남자의 신세한탄으로만 그쳤다면 시시하고 진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과 평생 사는 것은 재앙과도 같다. 세상에 불륜은 없고 사랑만이 존재한다”는 지론을 설파해온 중식에게 태한이 경험했던 똑같은 재앙을 안기면서 상투에서 기분 좋게 빠져나간다.

태한과 자신의 아내 소옥(조은지)이 함께 누워있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오히려 태한보다 오히려 더 한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중식. 이런 대칭적 상황과 의외적인 반응을 통해 결국 영화는 수박의 겉과 속처럼,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중적 인간심리를 꼬집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성을 은유한 재치 넘치는 대사도 기억에 남을 만하다.

스타 한명 없는 저예산영화지만 신인 김태식 감독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연출이 세계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아 이미 일본과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18세관람가. 26일 개봉.

김성한 기자 wi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