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미국 자동차 기업 ‘GM’과 이탈리아 국민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의 차량 내부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닌 국내 업체인 카포인트의 해외 전용 브랜드인 ‘티보’ 내비게이터가 장착돼 있다는 점이다.
이봉형(49) 카포인트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유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업체는 우리 밖에 없다”며 “이탈리아 피아트를 비롯해 유럽 및 북미의 자동차 회사와 부품회사에 내비게이터를 납품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말처럼 카포인트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유명하다. 탈ㆍ부착이 가능한 포터블 내비게이터 세계시장 점유율은 5위 권이다. 특히 포터블 내비게이터가 뜨고 있는 일본에서는 산요를 제치고 독보적인 1위 자리를 달리고 있다.
이는 카포인트만의 특이한 브랜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Two Brand 전략’. 대다수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한 제품에 한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반해 카포인트는 국내에는 ‘엑스로드(XROAD)’, 해외에는 ‘티보(TIBO)’라는 두개의 브랜드를 사용한다.
이 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는 해외 실정에 맞는 브랜드를 써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차별화한 브랜드 전략으로 포터블 내비게이터 부문에서는 세계 선두권으로 자리잡았다”며 “나머지 부문도 곧 선두권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카포인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단지 브랜드 전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사장의 ‘기술 일등’에 대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자신감도 기술력에서 나온다.
카포인트는 실제 기술 개발 외에는 디자인, 제품 생산은 모두 아웃소싱한다.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이외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고 있다. 디자인은 일본 유명회사에 맡기고, 제품생산은 성남과 중국 공장에서 전량 아웃소싱으로 한다.
그는 기술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지도만 좋은 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도를 잘 작동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없이 오류가 난다. 특히 도로가 좁은 유럽이나 고가도로가 많은 일본에선 위성위치(GPS) 신호 수신율이 중요한 기술이다.”
실제 카포인트의 기술력은 해외 언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영국 잡지 ‘STUFF’의 내비게이터 ‘톱5’에 선정됐으며, 같은 해 브라질 잡지 ‘veja’에서 실시한 내비게이터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포인트가 세계 무대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4년 독일 세빗 박람회. 이 박람회에서 카포인트는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수출계약을 따냈다.
그 해 10월 이탈리아로 처녀 수출한 이후에 현재 독일 프랑스 그리스 미국 중국 싱가포르 사우디 등 세계 3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사장은 카포인트 제품의 특징은 안전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카포인트 전체 인력 중 60%에 해당하는 연구 인력들이 제품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카포인트는 실제 제품을 수출하기 전에 현지에서 6개월 가량 철저한 테스트를 한다.
이 사장은 “직원들이 해외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해 하루 400㎞씩 직접 운전을 하며 테스트를 한다”며 “제품이 나오기 전에 미리 도로 주행 등을 통해 테스트를 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완벽한 상태에서 출시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 내비게이터에 방향 지시등을 달아 운전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포인트는 국내에서도 내비게이션 시스템 분야에선 독보적인 존재다.
국내 브랜드 ‘엑스로드’는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TV홈쇼핑에서 1시간 만에 2,000대를 판매해 분당 1,000만원을 판매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카포인트는 최근 이마트,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는 등 국내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이 같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카포인트는 매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04년 66억원이었던 매출이 2005년에는 375억원으로 무려 6배가 뛰었다. 2006년에는 770억원으로 두 배나 성장했고, 올해 역시 1,500억원으로 매출 2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세계 내비게이션 시장의 성장세를 볼 때 카포인트는 향후 4년간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리딩 기업으로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5년 내 포춘 500대 기업이 되는 게 최종 목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 카포인트 이봉형 사장
카포인트 이봉형 사장은 대학 교수 출신이다. 그가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과감히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연구실에 갈고 닦은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보고 싶은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교수로 연구활동을 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연구실적을 실제 생활이나 산업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주립대 정보관리학 박사 출신으로 강원대에서 정보관리학을 가르치던 이 사장은 정열을 다 받쳐 연구한 논문이 도서관에 그냥 묻히게 되자 2000년 교수직을 과감히 버렸다.
그는 바로 창업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때 나이가 42세. 안정된 삶을 꿈꿀 나이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시작은 동료 교수 몇 명과 함께 텔레매틱스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그는 연구 개발에 전념한 결과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이뤄냈다. 2002년 삼성화재, KTF와 공동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 ‘애니넷’ 상용화에 성공했다. 텔레매틱스는 차량 항공 선박 등에 이동통신과 위치추적(GPS) 기술로 차량 사고, 도난 감지, 운전경로, 교통 및 생활편의 정보, 게임, e메일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는 2003년 내비게이션 시스템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미국 출장 중 가구 당 차가 여러 대인 점에 착안, ‘탈ㆍ부착하기 쉬운 내비게이터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연구개발에 전력한 끝에 이 사장은 2004년 초 국내 최초로 포터블(휴대형) 내비게이터를 개발했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내비게이터 누적 판매량이 50만대가 넘는다”면서 “도로 100m에 한 대씩 놓는다고 가정하면 5만㎞에 달해 지구 한 바퀴(4만㎞)를 돌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휴대폰처럼 새 기능이 계속 추가돼 1, 2년마다 새 제품으로 바꾸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장은 “국내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장 규모가 2010년까지는 매년 100만 대 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 3년 전만 해도 내비게이터는 단순히 길을 잘 안내해주는 기능뿐이었지만 올해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이 추가돼 신규 구입 및 대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향후 몇 년 내에 다른 기업들은 생각도 못한 기존 제품을 몇 단계 뛰어넘는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