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인 최초의 뉴욕 MoMA 개인전, 199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후고 보스 미술상 최종 후보,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미술 작가 이불(43)의 이력은 화려하다. 세계 현대미술에서 백남준 이후 한국인으로 이만큼 알려진 작가도 드물다.
알몸으로 천장에 매달리거나 괴물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등 1990년대 초반의 도발적인 퍼포먼스, 반짝이로 장식한 생선을 전시해서 썩는 냄새 때문에 작품 철거 소동을 겪은 10년 전 MoMA전, 1990년대 말부터 선보인 사이보그와 몬스터 조각 등으로 화제의 초점이 되어온 작가다.
최근 스페인 살라망카 미술관 개인전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요즘 11월 프랑스 파리의 카르티에재단 미술관에서 있을 대규모 개인전 준비로 바쁘다.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높이 7m 천장의 유리 건물을 대작들로 채우는 전시다. 실내 바닥을 온통 거울로 덮고 “근대 이후 인간이 추구해온 유토피아의 건축적 표현”이 될 조각과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유토피아를 향한 건축적 이상은 나의 오랜 관심사”라고 말한다. “좌절된, 계획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더 이상 의미 없어진 유토피아를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전시”라며 “영화, 문학, 역사, 개인사와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이야기, ‘나의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작들, 사이보그나 몬스터 시리즈와 유토피아는 무슨 상관인가. 그는 “사이보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상의 산물이고, 몬스터는 실패한 사이보그, 다시 말해 실패한 꿈이라는 점에서 둘 다 유토피아와 상통한다”고 설명한다.
이 전시와는 별도로 2009년부터 3년간 유럽, 미국, 아시아를 도는 회고전도 한다. 이처럼 해외 일정이 바쁘다 보니 국내 전시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터, 그래서 전속화랑인 PKM갤러리가 그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카르티에 전시의 개념을 보여주는 소형 조각과 거울을 이용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벽면 설치 오브제, 실제로 전시할 작품의 축소본을 내놨다. 축소본 중 검은 잉크를 채운 길이 8m의 대형 욕조 <(백두산) 천지>는 독재시절 물고문의 악몽과 우리 민족의 시원을 병치해 역사를 관통하는 대담한 시각을 과시한다. 5월 16일까지. (02)734-946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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