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시원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는 K여사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큰 손이다. 작은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아이를 3명이나 낳고도 늘 똑 같은 월급봉투를 가져오는 ‘범생이’ 남편을 대신해 그녀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대 때부터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언니에게 맡기고 막내는 업고 다니며 사업을 하는 그녀에게 주위 사람들은 “아이나 키우지, 여자가 사업은 무슨 사업이냐”며 핀잔하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할 수 있다’는 오기를 키웠다. 또 그 사이 적은 종자돈으로 조그마한 집을 지어 팔던 그녀의 회사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회사로 성장했다.
K여사의 사업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기’다. 그녀는 금융상품 하나를 가입할 때에도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전화를 열 번쯤은 한다. 상품을 파는 입장인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내게 전화를 하는 횟수가 그렇다.
K여사는 상품을 권유한 나한테만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다른 금융기관에도 전화해 내가 권유한 상품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이야기한 내용이 맞는지도 물어보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도 확인한다. 또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금융상품과 비슷한 거냐고 묻는다.
그리고 난 후 또 내게 전화를 걸어 “미안한데”라며 내가 권유한 상품이 확실히 좋은 상품이냐고 되묻는다. 얼마나 꼼꼼한지 가끔은 투자를 권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K여사는 자신의 그 같은 습관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에 밴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의 몸으로 큰 빌딩을 지으면서, 혹여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을까 하나하나 일일이 챙기고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그처럼 확인 끝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K여사와의 거래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됐다. 그녀 덕분에 나 역시 금융상품들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버릇을 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정석’까지 배웠으니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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