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이 여러모로 어렵다.
전례 없이 재ㆍ보궐 선거 과정에서 힘에 부치고 돈 공천 파문까지 터져 나왔다.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 내부도 갈갈이 찢겨 어수선하고 의원들의 생각도 제 각각이다.
23일 최고위원회에서는 “유권자들이 우리를 보고 초식 공룡당이 아니냐고 묻는다”며 “당의 각성이 필요하다”(전여옥 최고위원)는 자아비판까지 등장했다.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의 힘겨루기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요즘 유력 대선주자 사이에 끼인 ‘관리형 대표’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심판으로 힘을 쓸 만도 한데 오히려 양측의 거센 견제로 인해 대표로서의 권한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강 대표측 관계자는 “공천은 고사하고, 사고 지구당의 위원장 하나 마음대로 정하지 못할 정도”라고 토로한다. 여기에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분’ 운운하며 대놓고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의원들은 지도부보다 대선주자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고, 줄서기에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당내에서 중립을 표방한다는 ‘희망모임’의 최근 주장이다. 희망모임은 “당 분열을 막기 위해 대통령후보 경선에서의 1위는 후보가 되고, 2위는 자동으로 당 대표가 되도록 당헌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엄연히 있는데 어떻게 당권과 대권을 나눠 먹자는 황당한 주장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흔들리는 지도부의 위상은 곧장 당 기강의 총체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한건주의식 발표를 하고 있다. 당 정치관계법 개정 특위는 촛불집회 금지, 후보단일화 토론을 위한 방송 금지 같은 어이없는 법안을 내놓아 안팎의 비웃음을 샀다.
앞서 남북관계 정책을 전향적으로 고치겠다며 구성한 대북정책 TFT가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혼선만 빚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와중에 경기도의원 예비후보와 당원협의회장이 1억3,000만원을 주고받았다는 돈 공천 파문이 터져 나왔다. ‘차떼기 당’ ‘부패당’의 악몽이 다시 한나라당을 덮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23일 서둘러 정웅교 당협위원장과 예비후보자 등을 제명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은 일제히 “한나라당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증거”라며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강 대표 후원회 사무국장의 선거구민 과태료 대납사건까지 터졌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ㅊ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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