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한 지방 골프장에서 부부 동반으로 강 회장과 골프를 쳤다고 한다.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정권 출범 후 그에 대해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고,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다.
비록 그 날 노 대통령의 골프가 사적 일정이고, 강 회장이 범죄 경력에 대해 2005년 석가탄신일 특별 사면을 받았다지만 이를 보는 세간의 이목이 편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골프를 못 칠 이유는 없다. 그것도 가까운 지인과 오랜만에 하는 운동을 무엇 때문에 나무라겠는가. 아마도 노 대통령이 강 회장과 골프를 함께 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그의 주변을 제외한 일반 다수도 이에 공감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평균적 눈과 상식일 것이다.
강 회장이 법적 형식적으로 사면을 받은 신분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강 회장의 불법 행위가 실체적으로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랜 논란을 빚어 온 대통령의 사면권은 정치 권력, 특히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행사됐을 때 비난이 증폭돼 왔다. 강 회장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경우다.
세인이 보기에 강 회장은 여전히 대통령의 측근 후원자로 불법도 사면도 이로 인해 있게 된 일들이다. 대통령이 자기 손으로 자신이 관련된 문제를 해소하고, 그래서 대통령 신분으로 그 사람과 자유롭게 골프를 할 수 있게 된 형국이니 깨끗해 보일 리가 없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 골프는 강 회장의 초청에 노 대통령이 응한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을 골프에 초대할 수 있는 한 사인(私人)의 권세, 정경유착의 한국적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노 대통령은 그 골프장에서 별도로 모임을 가진 주한 외교 대사단의 만찬 자리를 찾아 인사말도 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강 회장이 주선해 왔다는 이 모임을 대통령이 찾아 '민간 외교의 진면목'이라고 칭찬을 했다니, 흔한 말로 강 회장은 막강한 '실력'을 과시한 셈이다. 대통령의 사적 골프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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