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간 '카드 대전'이 뜨거워지면서 각 은행이 직원들에게 카드 판매를 무리하게 할당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직원들이 할당된 실적을 채우기 위해 타 은행 직원과 신용카드를 서로 맞교환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은행을 상대로 하는 영업 직원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카드 물량을 배분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A은행은 카드 판촉 캠페인을 벌이면서 각 지점당 수백 장씩 할당해 영업을 독려하고 있고, B은행도 본점 직원 1인당 수십 장의 카드 판매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한 지점 직원은 "지점별로 할당량이 내려오면 지점장이 다시 직원별로 나눈다"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평가 점수가 크게 깎여 죽기 살기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C은행 직원도 "구체적인 할당량이 지정되진 않았지만, 카드 판매 실적이 인사평가 대상이어서 하루에 2~3장 이상 팔아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인 은행 창구 텔러의 경우 인사평가가 나쁠 경우 재계약 시 불이익을 받거나 정규직 전환 시험조차 치르지 못해 실적 압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 직원들끼리 상대 은행 카드를 서로 만들어주는 일도 적지 않다. 실적이 미진한 직원이 인근 타 은행 지점 직원에게 '카드 교환'을 제의해 교섭이 이뤄지면 지점 직원들이 단체로 카드를 맞교환하는 것.
최근에는 은행 직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카드 맞교환이 성행하고 있다. 게시판에 'A은행 카드를 만들어줄 수 있으니 B은행 카드를 만들어달라'고 신청서를 띄워 온라인상에서 맞교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나 신용정보회사 처럼 은행과 '을'의 위치에서 거래하는 직원들도 할당량을 반 강제적으로 나눠갖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한 은행에서 판촉 캠페인이 시작되면 평소 거래하는 은행 직원에게 30~50장 정도의 신규 카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러면 그 직원은 부장에게 10장, 과장에게 10장 상납하고 나머지 실적은 자기가 갖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도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의 2~3주 마다 각 은행 카드판촉 캠페인에 동원된다"며 "카드를 많이 발급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지만, 어쩔 수 없이 카드를 10장 이상 보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가 4장꼴로 발급될 정도로 포화 상태지만, 각 은행들은 일단 카드를 많이 찍어내면 결국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무분별한 카드 발급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