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지털지도 대전'이 일어났다.
디지털지도란 인터넷 사이트나 내비게이터 휴대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 '자동차 만으론 안 된다. 네이게이터 없어서 길 헤매는 남친은 꽝!'이란 광고문구처럼 쓰임새가 워낙 늘어나다보니, 디지털지도 시장도 급신장하는 추세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1, 2위의 디지털지도 제작업체인 미국의 나브텍과 네델란드의 텔레아틀라스가 국내 진출, 토종 업체들과 본격적인 디지털지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에 지사를 설립한 텔레아틀라스는 현재 세계 64개국의 지도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3억5,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 2위 업체. 이 업체는 국내 내비게이터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지도 공급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 1위의 나브텍도 최근 국내 사업 개시를 선언했다. 지난해 5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나브텍은 전세계 61개국의 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5년7월에 국내 디지털지도 제작업체인 픽쳐맵인터내셔날을 인수해 국내에 첫 발을 디뎠다.
그 동안 본격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올들어 레인콤 및 현대자동차 미국 수출 제품에 디지털지도를 공급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세계정상의 디지털지도 제작 업체들이 국내에 속속 상륙하는 이유는 국내 디지털기기 업체들을 통해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내비게이터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의 국내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이고 그만큼 해외수출도 많기 때문에, 한국업체에 디지털 지도를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해외시장도 함께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브텍은 세계 최초로 레인콤을 통해 미국 수출용 개인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W-10'에 디지털지도인 '디스커버 시티즈'를 공급했다. 디스커버 시티즈는 미국 10대도시에 배치된 무선안테나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PMP소유자의 현 위치와 주변지도를 보여준다. 주변 지도는 반경 50m 이내의 상점까지 모두 표시될 만큼 정밀하다.
나브텍은 또 현대자동차와 계약을 맺고 내비게이터가 장착된 모든 해외 수출용 자동차에 디지털지도를 공급하기로 했다. 나브텍은 레인콤과 현대차 외에도 지도 공급을 위해 국내 자동차 및 내비게이션 제작업체들과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텔레아틀라스는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IT기기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추진중이다. 이 업체는 또 국내 최대 내비게이터 수출업체인 카포인트에 연간 수십만개의 디지털지도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아틀라스는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업체와 노키아, HP, 구글, 스프린트, 싱귤러 와이어리스 등 IT업체들에 지도를 제공중이다.
해외 지도업체들의 장점은 국내 지리에 한정된 토종업체들과 달리 전세계 60개국 이상의 주요 도시그림을 갖고 있다는 점. 특히 수많은 도시들을 디지털지도로 제작하다 보니 각종 기호, 양식 등이 표준화돼 있어 디지털기기에 탑재하기 편리하다.
이에 맞서는 국내 토종업체들의 전략은 '국내지리 만큼은 최고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도로 상황, 속도감지기 표시 등 국내 이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그러나 해외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만도맵앤소프트는 변경사항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알려주고 지도를 갱신하는 '지니 SF T1'을 내놓았다.
전자지도 '아이나비'로 유명한 팅크웨어는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문화재 명칭을 검색해 안내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SK는 한국관광공사와 제휴를 맺고 디지털지도 '토마토'에 관광공사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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