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교황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별도로 비자를 발급하지 않습니다. 교황청은 로마 안에 있으니 비자는 이탈리아 대사관에 문의하세요."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 있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만난 대주교 에밀 폴 체릭(60) 교황청 대사는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교황청 대사관의 업무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마에 있는 많은 가톨릭(예수회) 대학은 교황청 바깥에 있지만 교황청에 속하고 치외법권을 향유합니다. 그래서 그 대학에 입학하려는 한국 학생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이탈리아 대사관에 추천할 수 있습니다."
교황청 대사관은 일반 대사관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또 한국인들은 교황청과 바티칸을 혼동하는데 둘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체릭 대사는 말한다.
교황청은 가톨릭 교회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중앙정부에 해당하고, 바티칸은 교황청 수장인 교황의 완전한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1929년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가 체결한 라테란 조약에 의해 탄생한 조그만 도시이자 국가다.
"바티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1870~1929)에도 교황청은 많은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황청이 바티칸 안에 있다고 해서 교황청 대사관이 아닌 바티칸 대사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교황청의 외교 관계는 다른 국가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교황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중국 북한 등과 같이 종교의 자유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국가들을 뺀 나머지 국가, 172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1974년부터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체릭 대사는 다른 나라의 대사들처럼 한국 정부에 자국의 수장인 교황을 대표하는 한편, 한국의 가톨릭 주교회의에 참가해 교황을 대표하는 등 이중 임무를 맡고 있다.
체릭 대사는 "교황청과 한국의 관계는 시작부터 매우 특별하였다"고 강조했다. "초대 주한 교황청 대사 패트릭 바인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명동성당 주변에서 북한군에게 체포돼 북한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그 해 11월에 죽었습니다. 또 교황청 대사관은 양국이 정식 수교한 1963년보다 빠른 1947년부터 한국에 상주했어요."
그는 선종한 교황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2000년과 올해 교황청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양자 관계는 외교적 차원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체릭 대사는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의 줄기세포 연구에 관해 교황청의 입장을 분명히 한국인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가톨릭 교회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며 전 세계 가톨릭 기구에도 훌륭한 줄기세포 연구소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의 배아는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간배아를 실험도구로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무리 연구 목적이 질병치료라는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신성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생명을 파괴하는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4년 5월 부임이래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관심있게 지켜본 체릭 대사는 한국의 연구 방식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보여주며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엄에 위협적인 요소가 늘어가는 현대 사회에 슬픔을 느낀다"는 교황의 심정을 전했다.
체릭 대사는 "아이가 태어나면 태아기를 고려해 바로 한살이 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나라인데 배아줄기세포의 생명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추출처럼 사람의 생명에 해를 가하지 않고 추출이 가능하나 배아줄기세포는 현재의 기술로는 배아를 죽여야 추출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체릭 대사는 "천부적으로 부여 받은 생명은 정부의 정책 대상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사진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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