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보다는 역시 경쟁력이었습니다.”
과거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균형발전을 추진했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1980년대 이후 수도권 경쟁력 강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최근 발간한 ‘유럽 및 일본 수도권정책 비교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 런던의 과도한 팽창을 막기 위해 공장개설허가제, 사무실개설허가제를 잇따라 도입한 영국은 1976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수도권 규제정책 철폐에 나섰다.
중앙정부는 이에 따라 79년 사무실개설허가제를 폐지하고 82년 공장개설허가제마저 없앴다. 중앙정부는 특히 런던을 규제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 도심인 프랑스 파리권에만 도움을 준다면서 템스강변에 668만평 규모의 국제업무단지 도크랜드를 개발하는 등 런던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실사에 나섰던 경기도 정책기획관실 관계자는 “정부런던연락청 담당자는 수도권 규제를 과거의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50년대 이후 기업신증설허가제, 사무실허가제, 과밀부담금제와 국가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던 프랑스 역시 80년대 EU통합이 본격화하면서 규제철폐와 수도권 경쟁력 강화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82년 과밀부담금제 적용을 사실상 포기했고 85년 사무실, 공장허가제를 파리 중심부만 제외하고 폐지했다. 또 파리 주변에 라데팡스 등 신도시를 건설해 상업시설과 사무공간 확충에 나섰다. 반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가 아닌 국가_지방정부간 개발협약을 맺어 지원하는 분권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도 도쿄권의 인구집중을 막기 위해 50년대 수도권정비법과 공업제한법 등을 도입하고 수도이전정책을 추진했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을 경험하고 난 뒤 고이즈미 정권부터 대도시 중시정책에 나서고 있다.
박수영 경기도 규제개선팀장은 “우리나라에 앞서 수도이전과 테크노폴리스(우리나라 혁신도시) 건립에 1,500조원을 쏟아 부은 일본은 결국 균형발전에 실패하고 부동산 거품만 키워놓았다”면서 “이후 극심한 불황에 빠진 일본이 고이즈미정권 때 수도권 규제와 지방균형발전정책을 폐기하면서 불황에서 벗어난 것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 박사도 “영국과 프랑스는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미미한데다 EU통합에 대비, 글로벌 중심지를 육성하기 위해 80년대 초부터 수도권 경쟁력 강화정책으로 전환했다”면서 “FTA 체결을 본격화 하고 있는 한국도 규제를 철폐하고 도심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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