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00억원을 책정했던 투자사업에 실제로 200억~400억원이 들었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될까.
민간기업이 이처럼 엉터리 사업전망을 갖고 투자를 했다면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직접 세금을 투입해서 추진하거나 민간투자사업 형태로 추진되는 사회간접자본(SOC)의 사업비가 정부의 애초 계산보다 최대 4배나 더 많이 든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은 과소평가하고 편익만 부풀리는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습성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위험관리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 중 사업기간이 2년 이상이고 500억원 이상인 토목사업과 200억원 이상인 건축사업을 총사업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 사업의 총사업비 규모는 2005년 말 기준 223조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2006년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 중 ‘총사업비 조정요구서’가 있는 완공된 도로와 건축, 철도, 항만사업 9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완공까지 실제로 투입된 사업비가 최초 계획단계 때 제시된 사업비의 4배에 달한 경우까지 있었다.
49개 도로사업의 경우 최초 단계에서 산정된 사업비보다 실제 사업비가 평균 8.20%, 30개 건축사업은 17.46% 더 많았다.
철도사업 비용의 부실 산정은 더욱 심했다. 9개 철도사업의 경우 실제 사업비가 최초 산정 때보다 98.07%나 많았고, 가장 높은 경우는 307.18%에 달해 총비용이 당초 추산비용의 4배가 넘었다.
반면, 5개 항만사업은 평균 비율이 -9.93%로, 예상보다 오히려 비용이 덜 들었다. 물론 항만 사업 가운데서도 최종비용이 9.75%가량 높아진 경우도 있었다.
KDI는 “비용을 과소 추정하고 편익만을 강조하는 소위‘낙관적 편견(optimism bias)’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위험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도록 위험부담원칙을 반영하는 표준협약 또는 표준사업구조가 있을 때 위험관리가 잘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사업구상 단계의 충실한 사업계획과 주무관청의 사업관리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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