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상에서 고립된 소년.’ 워싱턴포스트는 21일 1면 머릿기사에서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범인인 조씨의 지난 삶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 기사는 1992년 조씨 가족의 이민 이후 조씨와 가족사의 단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낯선 환경과 어려웠던 이민생활, 주변과 널리 어울리지 못했던 가정환경 등이 조씨를 ‘괴물’로 키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씨에 관한 ‘경고신호’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나타났다. 친척들은 조씨가 어렸을 때부터 비정상적으로 말이 없었고,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으며, 가볍게 껴앉는 것도 원치 않았던 것, 그러나 누나와 다툴 때는 격렬한 폭력을 행사했던 사실 등을 밝히고 있다.
조씨의 이모인 김모씨의 경우 일찍이 조씨의 자폐증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민 후 전화로 조씨가 잘 지내는지 물어보면, 조씨 부모는 늘 딸 얘기만 했고, 그래서 “뭔가 잘못되가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어 부모가 생업에 쫓겨 너무 바빴기 때문에 조씨가 충분한 관심이나 이웃과의 교류조차 없이 자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조씨의 아버지는 “오직 일 밖에 모르는 사람 같았다”는 주변의 얘기와 함께, 조씨 가족이 지역의 한인사회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았던 사실을 들었다.
“가끔 선생님이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하도 말이 없어서 조씨가 입을 열면 장난조로 달러를 줄 정도였다”는 중학교 동창들의 증언은 사춘기를 전후한 조씨의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미루어 짐작케 하고 있다.
신문은 “사건이 나기 전까지의 조씨 가정은 미국에 이민해 힘겹고 긴장된 생활을 하는 많은 한국인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며 조씨의 비극을 낳은 ‘소외’가 수많은 미국 이민 자녀들도 직면하고 있을 수 있는 보편적 ‘병원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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