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13차 회의에서 경의선ㆍ동해선 열차 시험운행과 대북 쌀 40만톤 지원 등 10개 항에 합의했다. 양측이 밀고 당기면서도 남북 경협의 불씨를 살리고 기본 방향을 잡아 나가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근본적 조정 압력을 받아 온 남북관계가 '2ㆍ13 합의' 와 2월 장관급 회담을 거쳐 본격적 원상 회복 단계로 접어드는 고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 제3국 공동진출 등 다양한 협력 분야를 설정하고, 관련 실무회의 일정을 잡아 둠으로써 남북 경협의 외연을 넓히려고 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양측이 이번에도 실질적 이행 약속을 분명히 하기보다 '희망사항'을 담는 데 치중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는 지난해 5월 25일로 잡혔던 열차 시험운행이 바로 전 날 북측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좋지 않은 기억은 섣부른 희망과 기대를 가로막는다.
지난해 열차 시험운행의 발목을 잡았던 '군사적 보장 미흡'을 제거할 구체적 방안을 이번에도 찾지 못한 셈이다. 경의선ㆍ동해선 열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 보려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경협 약속까지도 의미가 흐려진다.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남북 경협의 질적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양측의 분명한 이행 의지에 북측의 실용적 감각이 덧붙여지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합의 내용이 지난달 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 데 따라'보다 진전됐다거나, '경추위 소관사항이 아니다'는 등의 형식 논리로는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열차 시험운행 합의가 우리측 경공업 원자재와 북한 지하자원을 교환하는 사업과 맞물려 있고, 경공업 원자재에 대한 북측의 관심이 크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위안이 된다. 두 번씩이나 같은 실망을 안기다가는 남측의 대북 정서가 더욱 싸늘해질 것임을 요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북측에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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