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가 휴대폰으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에서 역전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전국 서비스 개시 47일만인 지난 17일 30만명의 가입자를 넘어서며 브랜드 이름 그대로 3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서는 역전 ‘쇼’를 만든 것.
관련업계 추산에 따르면 당시 경쟁사인 SK텔레콤의 HSDPA 가입자는 25만명 수준이다. 기존 음성통화 위주의 2세대 이동통신(코드분할다중접속ㆍCDMA) 분야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에 눌려 만년 2위에 머물렀던 KTF로서는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쇼’의 주인공은 KTF 조영주(51ㆍ사진) 사장이다. 그는 HSDPA 서비스인 ‘쇼’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2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해외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글로벌 사업자와 끊임없이 제휴를 추진하고, 국내에서는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해외 제휴의 대표적 전략은 HSDPA 전용 휴대폰 공동구매. 조 사장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휴대폰 전시회인 3GSM회의에 참가해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업체들과 함께 HSDPA 전용 휴대폰 공동 구매방침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바로 강력한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라며 “12개 이상의 이동통신업체들이 휴대폰을 공동 구매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조 사장은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아 8개국의 7개 이동통신 업체들과 모바일 연합체를 구축했고 12월에는 필리핀 스마트사 등 총 9개국의 8개 이동통신업체들로 구성된 ‘커넥서스’를 출범시켰다. HSDPA 서비스의 장점인 국제 로밍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사장은 국내에서 무선인터넷 플랫폼(위피)이 포함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위피없는 휴대폰’을 HSDPA 가입자 전용으로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무선인터넷 기능이 빠지다 보니 가격이 그만큼 저렴해 가입자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HSDPA 마케팅에 적극적인 조 사장은 누구보다 영상휴대폰 서비스인 ‘쇼’를 즐겨 사용한다. 효자로 소문난 그는 “어머니에게 수시로 영상전화를 드린다”며 “어머니도 아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자주 영상메시지를 보낸다. 이 달 초에도 임직원들에게 1분여의 영상 메시지를 보내 “스스로 ‘쇼’의 팬이자 홍보맨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에는 전국 1,500여개 KTF 대리점 사장들에게도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전국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쇼’는 그의 생활인 셈이다.
‘쇼를 하라. 쇼!’로 집약되는 광고문구는 현재 여기저기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중독성 강한 멘트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쇼’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조 사장이 HSDPA 서비스를 확신을 갖고 밀 수 있었던 이유는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시절 IMT-2000 사업기획단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이동통신을 연구했기 때문.
당시 사내외에서는 HSDPA방식(비동기식)이 아닌 다른 방식(동기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그는 장기적으로 HSDPA 방식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밀어붙였다.
그는 “비동기식이 아니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비장한 마음으로 KT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사업권을 따냈다”며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79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체신부 사무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1982년 한국통신으로 전출, 비즈니스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IMT-2000 사업기획단장, KTF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이동통신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CEO로서 조 사장의 신념은 “고객, 주주, 직원들을 위한 봉사자가 돼야 한다”는 것. 그는 “직원들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고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의 할 일”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고객과 주주의 쓴 소리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안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사내에서는 되도록 넥타이도 매지않고 편한 캐주얼 복장을 즐겨 입는다. 영업현장 등을 방문할 때면 “친구하러 왔다”는 말로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준다.
조 사장은 앞으로도 강력한 ‘쇼’ 마케팅을 펼쳐 2015년까지 이동통신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한 포부를 갖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1위를 하는 그날까지 ‘쇼’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조 사장의 각오다.
■ 조영주 사장은
1956년생
73년 대구 계성고 졸업
78년 서울대 공대 졸업
79년 기술고등고시 합격
80년 체신부 사무관
82년 한국통신 관로과장 전출
94년 서울대 대학원 공학박사
95년 한국통신 신규사업총괄팀장
99년 한국통신 IMT-2000 사업기획단장
2001년 KT아이컴 대표이사
2002년 한일월드컵 부대행사진행 공로로 체육훈장 백마장 서훈
2003년 KTF 부사장
2005년 KTF 대표이사
가족사항: 부인, 2남
취미: 테니스
주량: 맥주 2잔
좌우명: 경천애인(敬天愛人)
존경하는 인물: 이순신 장군, 유일한(유한양행 창업자) 박사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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