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들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사건의 범인 이름을 한국식인 조승희(Cho Seung-Hui)에서 미국식인 ‘승희 조(Seung-Hui Cho)’로 바꿔 표기하기 시작했다. 미국식과 다른 이름 표기방식이 범인이 한국계임을 은연중 강조, 인종적 편견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P통신은 20일 “조씨 가족이 사과 성명과 함께 조씨 이름을 미국식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이름 표기방식을 미국식으로 바꿨다. 조씨 가족은 AP통신에 사과 성명서를 보내면서 조씨가 성을 나중에 쓰는 미국식 성명을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CNN방송도 이날부터 ‘조승희’ 대신 ‘승희 조’를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21일 조씨 이름을 ‘Seung Hui Cho’로 표기하면서 변경 경위를 별도의 기사로 내보냈다. WP는 “조씨의 가족이 AP통신에 밝힌 이름표기 방식을 존중하기 위해 표기를 바꿨다”며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가 미국 사회에 대한 적응의 일환으로 이름의 순서를 바꾸지만 보도 초기엔 대학과 경찰의 발표를 따랐기 때문에 ‘Cho Seung Hui’라고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씨 가족의 요청이 있기 전인 18일부터 이미 성을 마지막에 붙여 표기하고 있으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신문인 LA타임스 등도 조씨의 이름을 미국식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이름 표기방식의 변경 외에도 미국 언론은 최근 범인에 대해 한국계라는 표현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조씨가 한국 국적이긴 하지만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전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친 영주권자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미국 사회병리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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