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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스퍼거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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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스퍼거 증후군

입력
2007.04.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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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어릴 적 자폐(Autism) 증상을 보였다는 보도에 관심이 갔다. 한국에 있는 친척의 말이라 그대로 믿을 수는 없고, 그가 한국이나 미국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없다.

어릴 때부터 말이 없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자폐적 성향을 보였다지만, 전문적 치료를 받은 자취도 없이 좋은 대학에 진학한 것에 비춰 전형적 자폐와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떠올린 게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다.

■ 발달장애의 한 유형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한다. 말이 어눌하거나 특이한 어법을 쓰고, 대인관계에 서툴러 고립돼 지내는 경향이 있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이상행태를 보인다. 그러나 전형적 자폐와 달리 세 살 전에 사회성을 제외한 인지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한스 아스퍼거가 처음 체계적으로 연구한 이런 장애와, 지능이 정상적인 '고기능성 자폐'를 임상적으로 동일하게 다룬다.

■ 아스퍼거 장애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생각과 욕구를 제대로 인지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다른 이의 반응을 헤아리지 못해 지나치게 정직하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이는 성장하면서 사회적 접촉을 어렵게 만들어 대인 기피 내지 공포증을 갖게 하고, 세상의 선의와 악의를 분간하기 힘든 나머지 우울증과 정신분열 상태에 이르게 한다. 종국적으로는 사회적 관계를 영위하는 데 지쳐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아스퍼거 증후군은 1만 명에 5명 꼴로 나타나지만, 유사증세를 포함하면 200~300명마다 1명 꼴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조금씩 그런 성향과 장애를 지닌 채 힘겹게 살아간다. 그래서 이를 장애가 아니라 단지 복잡한 인간의 차이로 받아들여 상담치료 등으로 사회적응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996년 4월 호주 타스매니아에서 35명을 무차별 사살한 마틴 브라이언트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됐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뉴턴 비트겐슈타인 등도 이 증후군의 특징적 성향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한 연구도 있다. 조승희도 이런 분석이 필요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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