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20일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에 관한 절충안을 마련함에 따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연금법 개혁 논란이 일단 마무리될 전망이다. 2003년 10월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무려 3년 6개월만이다. 이번 합의로 연금 재정 안정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입자수령액이 크게 줄게 돼 ‘여진’은 남아 있다.
연금법 개정 합의안의 골자는 ‘보험료는 안 올리고 받는 돈만 줄이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되 연금 수령액은 2009년부터 49%에서 시작해 매년 1% 포인트씩 낮춰 10년 뒤인 2018년에는 40%로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
보험료율은 오르지 않았으나 수령액이 크게 줄면서 하루 잠재부채가 800억원에 달하는 연금 고갈 시점은 일단 뒤로 미뤄지게 됐다. 현행 제도가 지속되면 2047년이면 연금기금이 고갈되지만 합의안 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14년 뒤인 2061년에야 연금이 소진된다. 이는 정부안보다는 4년 빨라진 것이다.
문제는 주는 수령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해 노후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안은 생애 평균 소득의 40%를 수령액으로 정했지만 이는 4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명목 소득대체율이다. 따라서 대다수 가입자의 실제 수령액은 더욱 적어진다. 현재 연금 평균가입기간은 21.7년으로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실제 연금수령액은 20%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 소득 160만원의 가입자가 20년간 보험료를 납부해 받는 돈은 월 51만원에서 34만원으로 떨어진다. 이는 최저생계비(4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제도 개혁의 목적에 맞지 않게 정치적 타협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가입자의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 심화와 반발등‘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수령액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수령액 50%안을 제시했고, 한나라당은 평균소득의 10%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제의 시행을 감안해 40%안을 주장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는“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인식을 고려한다면 재정에 부담이 되더라도연금 수령액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노령연금의 실효성도 벌써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양당 합의안은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평균소득액 5%를 주도록 돼 있는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2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비해 지급률을 2배로 높였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한나라당 안과 달리 급여율 10% 도달시점이 2018년에서 2028년으로 크게 늦춰졌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없는 최악의 안으로 만들어 졌다”고 비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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