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는데 내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기로 약속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는 것 같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강서구민회관에 모인 강서구의 장애인 700여명은 기념 행사를 장기기증 서약식으로 치렀다. 강서구장애인단체협의회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행사장에 초청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광수(31)씨는 “장기기증 희망자가 일본은 전 국민의 10%, 미국은 50%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1%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며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서약서를 몇 장 챙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신마비로 고생하는 양인권(68)씨는 “지금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남김없이 주고 세상을 뜨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서약서를 대신 써달라고 기증운동본부 관계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지체장애 4급인 지모(35)씨는 장기기증 등록증을 다른 장애인들에게 들어보이며 활짝 웃었다.
강서구장애인단체협의회 진형조 회장은 “평소‘우리도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장애인들은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데 익숙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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