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를 넘나드는 하이에나의 母情비투스 드뢰셔 지음ㆍ이영희 옮김 / 이마고 발행ㆍ396쪽ㆍ1만3,500원
동물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진화 안정적 이타주의’를 주장했던 독일의 동물학자 비투스 드뢰셔가 동물의 행동을 통해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하이에나는 우유배달부> 를 펴냈다. 하이에나는>
이 책 역시 저자가 2004년에 펴냈던 <휴머니즘의 동물학> 에서와 같이 이타주의의 렌즈를 통해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그 행동들을 ‘서로 대화하라’ ‘배우자에게 성실하라’ ‘자식을 위해 희생하라’ ‘싸우지 말라’ ‘죽음을 애도하라’ ‘고난을 참고 견디라’ ‘삶을 즐기라’ 등 인생에 필요한 7 가지 잠언으로 풀이해내는 것이 이색적이다. 휴머니즘의>
책에는 식탐이 가득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한 것이 동물이라는 식의 삐딱한 시선으로 동물행동을 관찰했던 사람들이라면 머쓱해질 만한 사례들이 채워져 있다.
로열앨버트로스는 ‘배우자에게 성실하라’ 는 사례의 본보기다. 이 새는 8세 무렵 결혼해 죽음을 맞는 70~80세의 노년기까지 부부간에 신의를 지킨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부부싸움도 하지 않고 삼각관계도 만들지 않고 이혼이나 파트너 교환도 하지 않는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라’는 덕목은 점박이 하이에나들이 잘 실천한다.
동부 아프리카에 사는 이들은 새끼들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해 120㎞ 가 넘는 거리에 떨어져있는 사냥구역까지 왕복한다. 단지 새끼 세 마리를 먹이기 위해 28마리의 성인 하이에나들이 장거리여행을 하는 것.
아프리카 동부 은고르은고르 분화구에 모여 사는 사자들은 ‘고난을 참고 견디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준다. 높이 600m의 벽으로 둘러싸인 이 분화구는 사자들에게는 천혜의 식량창고. 그러나 이곳의 사자들은 생존을 위해 홍수 때만 되면 부화하는 수 억 마리 침파리의 공격을 피골이 상접해질 때까지 몇 개월 이상 견뎌내야 한다.
동물들의 행동을 흥미 위주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가 돋보인다. 청소년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유머러스한 문체, 원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이 굳이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원제는 (Salomons ring). 지혜의 왕 솔로몬이 끼고 있었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신비의 반지를 뜻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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