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잘 키워보겠다고 미국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23)씨의 한국 가족들은 산산이 부서진 조씨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조씨의 고모와 외할아버지, 외삼촌 등은 “15년 전 이민을 떠난 후 거의 왕래가 없었지만, 부부의 자식사랑만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참사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들은 조씨 가족이 1984년 아들 승희가 태어나던 해 이민을 결심했다고 한다. 부모는 못 배우고 없이 살지만 아이들은 좋은 곳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는 일념에서였다. 다행히 조씨 누나는 프린스턴 대학에 들어갈 만큼 수재였고 조씨도 공부를 잘해 버지니아공대에 입학했다.
조씨의 외삼촌 김모(53)씨는 “공부 잘 하는 두 자식이 자랑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큰 애가 프린스턴 대학에 들어가고 작은 애도 좋은 학교 들어갔다고 정말 좋아했다”며 “몇 년 전엔 집을 샀다고 사진도 보내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세탁소 일을 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았던 조씨 부부는 전화요금이 아깝다며 명절이나 돼야 한번씩 드물게 전화할 정도였다. 김씨는 “96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못 왔던 누나”라며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일만 했는데…”라며 격한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친척들이 기억하는 조씨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였다. 외할아버지 김모(81)씨는 “달려와 한 번 안기는 일도 없고 워낙 말수가 적었던 아이였다”며 “일찍 죽었어야 하는데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모습까지 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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