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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주사·주사기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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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주사·주사기 '그것이 알고싶다'

입력
2007.04.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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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어느 봄날의 한 초등학교. 아침부터 교실 한 귀퉁이의 스피커가 왕왕댑니다. “BCG접종이 있는 날입니다. 6학년 각 반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 순서에 따라 접종에 참여해주세요.”

아이들이 웅성거립니다. “형이 그러는데 주사기가 엄청 크고 바늘에서 불이 나온 데. 우린 다 죽었어.” 더벅머리 사내 녀석의 공포 분위기 조성에 몇몇 예쁘장한 여자아이들은 벌써부터 울음을 터뜨립니다.

2교시가 끝나고 드디어 녀석들의 차례가 오나 봅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복도를 울리면 아이들은 벌린 입을 채 다물지도 못한 채 눈만 동그래 집니다. 보무도 당당하게 흰 가운을 휘날리며 양호선생님과 간호사 두 분이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주사통을 들고 교실에 들어섭니다.

금세 뒷문 쪽에 간이 접종실이 마련되고 번호대로 줄을 서라는 선생님의 명령에 겁에 질린 책걸상이 먼저 우당탕거리며 대답을 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말로만 듣던 ‘불주사’의 실체를 보게 됩니다. 머리통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 뒷 번호 녀석들에겐 ‘족히 팔뚝 길이는 될 정도의 주사기를 불로 지져서 찌른다’는 허풍이 교과서를 베낀 것처럼 전달되고 곧이어 고통의 단말마가 터집니다. 기다렸다는 듯 한 구석에선 아이들의 협상이 다급하게 진행됩니다.

“청소당번 대신 해줄 테니 나랑 순서 좀 바꿔줘.” “쪽지시험 답 보여줄 테니까 먼저 좀 맞아라.” 호기 넘치는 남자아이들은 담이 작은 아이들의 협상 조건을 따져 본 후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선생님 눈길을 피해 재빠르게 순서를 바꿉니다.(대부분 선생님에게 들켜 귀를 잡혀 끌려오기는 합니다.)

숙제를 안 한 채 등교 길에 오를 때처럼 주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시시각각 빠르게 지나갑니다. 마침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불주사는 두려움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활활 타오르는 알코올 램프에 주삿바늘을 달구는 모습이라니. 바늘은 마치 불이라도 갖다 댄 듯, 뜨겁게 피부를 뚫고 들어옵니다. 묵직하게 짓누르며 약이 퍼질 때의 느낌은 여느 주사보다 2배는 더 아픕니다.

그때의 고통을 떠올려봅니다. 주사를 맞는 게 그렇게 아팠을까요. 사실 감각이 느끼는 통증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강제적인 분위기와 상상력이 부풀린 공포, 혹은 불이 주는 원시(原始)적인 두려움 같은 것들이 주사기(注射器)라는 형체를 통해 통각(痛覺)의 영역을 확장했을 테지요.

3,40대라면 누구나 ‘주사기의 추억’을 지니고 있을 법 합니다. 마치 어른으로 자라고자 꼭 한 번 심장에 꽂았던 첫사랑의 백신처럼 주사기는 기억 저편에 아련한 통증으로 기억되게 마련입니다.

세월이 흘러 유리 주사기와 불주사가 사라지면서 주사기의 추억도 함께 변하고 있습니다. 권총형 주사기가 나타나 바늘이 주는 공포를 없애더니 요즘엔 따끔거리는 감각마저 없애기 위해 마취연고를 바르고 그 위에 주사를 놓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추억에서 주사 맞기에 대한 두려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게 분명합니다.

단순히 고통의 외피만 벗은 것도 아닙니다. 90년대 마약과 범죄를 상징하는 부정적인 인상은 최근 들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웰빙’ 생활 기구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태반주사, 보톡스, 성장주사, 탈모치료 등 질병과는 크게 관련 없는 주사액들이 담긴 주사기들이 일상 깊숙이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발기부전환자, 당뇨인들은 직접 주사를 놓기도 하지요.

일상의 풍경 속에 한층 가까워진 주사기에 대한 고찰. 이번 주 프리가 준비한 주제입니다. 모기 주둥이 굵기만한 주삿바늘에서 길이만 12cm에 무려 1.75㎜ 두께의 구멍을 내는 흉기에 가까운 바늘까지, 바늘부터 피스톤의 길이가 30cm에 달하는 일명 왕주사부터 각종 웰빙 주사액에 이르기까지 주사(기)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첫 주사 실습 '예비간호사도 떨려요'

“근무 첫날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처음 놓는 주사였는데 치질을 앓고 있는 남자 환자였어요. 일단 엉덩이를 때렸는데 막상 바늘을 찌르려니 그게 참 희한하게 박자가 맞지 않는 거에요. 지금 생각해도 등골에 식은 땀이 돋아요.”

한 전직 간호사의 말이다. 주사가 무섭기는 놓는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칫 잘 못 놓으면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 주사 놓기. 그래서 예비 간호사들에게 첫 주사 실습은 말할 수 없이 떨리고 두렵고 막중한 책임감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호기심과 긴장감이 묻어나는 삼육대 간호학과 3학년생들의 투약 실습 현장을 들여다본다.

*주사 실습이 있는 ‘기본 간호학’ 과목은 대개 2학기에 개설돼 학생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첫 실습 주자로 나선 이보영(21)씨는 손으로 특수고무 소재 엉덩이 모형을 이리 저리 재보더니 오른쪽 상단 부분을 가리키며 곁에 있는 한숙정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 맞죠, 교수님?”

한 교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씨는 얼른 주사 바늘을 직각으로 모형에 꽂았다. 됐다 싶은 순간, 단호한 한 마디가 뒤통수를 친다. “솜은 미리 들고 있어야지.”

“아, 맞다.” 이씨가 머리를 긁적였다. 실습에 앞서 2시간이나 한 교수의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모형을 접하니 머리 속이 하얗게 빈 것 같다. 한 교수는 “진짜 주사기를 들면 배운 것이 떠오르지 않고 당황하게 마련”이라며 “그래서 수업 중엔 학생들이 안정되게 시술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기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수는 그 때 그 때 지적한다. “주사하고 나서는 피스톤 뒤를 살짝 당겨야지.” 한 교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학생들은 “맞아, 맞아”하며 웅성댔다. 자신들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공감의 목소리였다.

단체로 모여 설명을 듣고 난 뒤 학생들은 곧바로 두 명씩 짝을 짓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의 마루타가 되어 직접 인체 투약실습을 하는 떨리는 순간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실습실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어떤 때는 주사기 바늘 뚜껑을 열지도 않고 ‘설명하신대로 되지 않는다’며 울상들이에요. 얼마나 당황하면 그러겠어요.”

파트너에게 근육주사를 맞은 정진아(22)씨는 “환자도 아닌데 주사를 맞아서인지 무척 아프다”면서도 “주사할 때보다 맞을 때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했다. 환자의 고통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도 주저 없이 환자에게 주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현행법상 정식 간호사가 돼야만 환자에게 직접 투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 간호사들은 주사기를 살에 꽂고 바늘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그 느낌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도 주사기를 여기저기 찔러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실습 장비가 충분치 않았던 10여년 전만해도 가장 많이 동원됐던 수단은 ‘귤’이었다. 귤 껍질이 비교적 피부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솜이 들어 있어 푹신한 느낌을 주는 베개도 많이 동원됐다.

요즘은 특수 고무로 제작된 팔과 엉덩이, 손 등 인체 모형을 이용한다. 보는 앵글에 따라 다른 모습의 엉덩이 모형을 갖추고 있다.

5~6년 전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 실습이 가능한 장비를 도입한 학교도 많아졌다. 3,000만원 상당의 장비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환자의 팔이나 엉덩이가 나와 있는 그림을 보면서 컴퓨터에 연결된 주사기를 움직이면 화면 속의 환자가 반응을 보인다. 그게 실습효과가 있겠나 싶지만, 학생이 실수를 하면 화면 속 환자가 피를 흘리고 신음 소리도 내니 현장감은 최고다.

환자들은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응이 없는 모형이나 학생끼리 실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교수는 “환자들은 간호사가 한 번만 실수해도 경험이 많은지 부족한지 금세 알아챈다”며 투약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긴장감 탓인지 2시간의 실습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2주 수업 뒤에는 인근 병원에서 직접 실습을 나간다. 몇몇 학생은 수업이 끝났지만 여전히 엉덩이 모형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예비 간호사 "엉덩이 주사가 가장 어려워"

엉덩이, 주사 놓기가 가장 까다로운 신체부위.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엉덩이 주사가 가장 어렵다”고입을 모은다. 물컹물컹한 피하지방이 몰려있어 살집이 풍성한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게어째서 간단치 않을까.

배수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수간호사는 “주로 항생제 등을 간편하게 주입하기 위해 가장 근육이 발달한 신체부위를 골라 주사를 놓는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엉덩이가 근육의 분포가 제일 좋은 부위”라며 “하지만 엉덩이 근육에는 많은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아무 지점에별생각 없이 바늘을 꽂았다간 환자에게 마비증상이 오는 등 응급상황이 벌어질수있다.

엉덩이 주사를 놓는 것은 결코 쉽게 접근할게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신경이덜지나가는 엉덩이와 허리의 접경 지역에 보통 주사를 놓는다. 간혹 “왜엉덩이가 아닌 허리에 주사하느냐” 며 불만스러웠다면 간호사들의 고심의 결과라는 점을 헤아려야할듯.

엉덩이 주사를 맞을 때 '찰싹' 때리는 이유는.

보통 주사 놓을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때린다고 추측하지만 아니다. 소리가날정도로 세게 엉덩이를 때리는 것은 단지 인간의 두뇌가 두가지의 자극을 비슷한 시간에 인지할때 한가지의 통증만을 제대로 느끼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즉 맞는 ‘아픔’이 주삿바늘의 통증을 덜어주도록 하는 행위일 뿐이다.

주사 실력과 손재주는 관련이 있나.

많다. 한국 간호사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인정받는 이유중하나가 뛰어난 손재주 때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주사 실력이 뛰어난 간호사가 나서면 대개 통증이큰것으로 알려진 혈관주사도 그리 아프지 않게 맞을수있다.

그래서 규모가 큰 종합병원에는 암환자를 상대로 정맥주사만 전문으로 놓는 정맥주사 전문 간호사도 있다.

배간호사는 “몸무게가 600g도 채 안되는 신생아의 혈관을 척척 잡고 주사를 놓는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보더라도 신기할 정도”라면서“주사가 힘든 환자가 오면 이들에게 거의 전담을 시킨다”고말했다.

김소연기자

■ 웰빙주사 시대… '치료'에서 '행복'까지

몸이 아파야만 주사를 맞는 것은 아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더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원하는 주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맞는다.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웰빙’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전달하는 메신저로 대접받는 시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주사들은 이제 두려움 보다 기대감으로 주사를 선택한다.

▦ 술 마시고 해장국 먹듯-태반주사

독신 직장인 최모(38)씨는 얼마 전 맞아 본 태반주사의 효과에 푹 빠져있다. 이 주사를 맞은 뒤로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씻은 듯 사라졌고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기도 쉬워졌다. 피부색이 살아났다며 소개팅하라는 친구들의 너스레가 끊이지 않는다. 최씨는 “생각 같아선 일주일에 한 번씩 맞고 싶을 정도로 피로회복에 그만” 이라며 “해장국을 먹은듯이 몸이 확 풀린다”고 말했다.

태반 추출액의 비타민과 무기질성분으로 이뤄진 태반주사는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피로회복제로 꼽힌다. 일주일에 두번씩 맞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다. 강남과 강북 등 지역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는데 보통 한 대당 5만~15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찾는 이들이 많아 대표적인 ‘웰빙주사’로 꼽힌다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 받아 시판이 허가되기는 했지만 태반주사는 아직 각종 부작용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피로회복의 효능에 너무 매달려 남용할 경우 살이 찌고 신경이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피로회복 이외에 인대염증치료, 관절통, 피부개선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병원의 과대홍보만을 믿고 오ㆍ남용하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아그라는 저리 가라-발기주사

발기부전 치료제를 대신하는 발기주사도 고개 숙인 남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웰빙주사’ 가운데 하나이다. 일명 ‘불뚝주사’로 불리는 자가 발기주사기 중 대표적인 브랜드는 ‘페니파워’로 만년필처럼 생겨 휴대하고 주사하기에 간편하다. 볼펜 심처럼 튀어나오는 일회용 주삿바늘을 통해 프로스타글라딘이라는 발기유발 약제를 음경에 주입하는 것으로 성 관계 20여 분 전 주사해 1시간 30분까지 발기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주사기와 주사액은 전문의의 처방을 거쳐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주사기는 개당 5만 원, 약제는 일회용에 1만5,000원이다.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국소부위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당뇨 등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스스로 주사를 하는 과정이 어색해 아직 보편적인 발기부전 치료요법으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한 비뇨기과 관계자는 “주사 놓는 방식이 생각외로 간단하고 통증이 없어서 발기부전 남성들이 많이 선택한다” 며 “다만 효과를 더 보겠다며 과다용량을 주사하는 등 남용했을 때 발기지속증 같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키 크고 싶다면-성장주사

엄밀히 말하면 성장호르몬 주사는 저성장증을 치료하는 처방이지만 집에서 보호자가 자가주사를 놓는 방식을 택한다는 의미에서 ‘생활 속 주사’로 분류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등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쓰인다. 1주일에 6번 저녁에 1㏄ 주사기로 호르몬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주사 놓는 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자가주사를 하도록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몸무게 40㎏의 환자를 기준으로 1년간 비용이 1,000만 원(건강보험 미적용 경우)에 달할 정도이다.

김호성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는 “저성장 어린이의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치료를 마치고 나면 최종 성인키가 정상치에 대체로 근접하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며 “마치 당뇨인이 인슐린을 주사하듯 양팔, 허벅지, 배, 엉덩이 등에 돌아가면서 주사를 놓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 키임에도 자식들에게 성장호르몬을 맞추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간혹 있다.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가 이뤄지는 아이가 이 주사를 맞으면 키가 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으로 당뇨병, 갑상선 기능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혹여 몸에 암세포가 있다면 성장 호르몬은 암세포 마저 크기를 키운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 탈모 남성의 새로운 선택-메조 테라피

메조 테라피는 원래 신체의 진피 성분으로 이뤄진 약물을 색소가 침착됐거나 탄력이 떨어진 피부에 주사해 젊어 보이게 만드는 미용 주사다. 그런데 최근 이 주사가 모근을 건강하게 하고 모발의 생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모 증상 완화 주사제로도 각광 받기 시작했다.

두피에 하는 메조 테라피 시술도 주사로 이뤄진다. 한번 시술에 수 십~수 백 번 가량 주사를 놓지만 바늘이 얇고 주사액이 미량이라 통증은 거?없다. 탈모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주 간격으로 10회 정도 시술하면 효과가 기대되며 비용은 1회에 9만원 정도이다

▦ 보톡스, 필러… 해피 드러그(Happy drug)는 계속 된다.

미용 분야 만큼 웰빙 주사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곳이 또 있을까. 원래 운동신경장애 치료제였던 보톡스가 주름 펴는 약으로 전용되어 ‘회춘’을 꿈꾸는 중년들 사이에 가장 대중적인 해피 드러그(Happy drugㆍ치료가 아닌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약품)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인체 세포 성분 중 하나를 증폭시켜 만든 물질을 주사기로 주입, 얼굴의 입체감을 살려주는 ‘필러주사’시술도 간편하게 외모를 바꾸기 원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생활 주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영원한 젊음과 회운에 대한 욕망은 웰빙 주사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아픔의 진실/ 아야! 날카로운 통증, 주사 바늘 굵기와 농도에 비례해

웹사이트 ‘주사공포증 정보센터’의 자문을 맡고 있는 제임스 해밀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1995년 미국 가정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체 인구의 10%가 주사공포증’이라고 발표했다. 주사를 맞다가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에 빠지거나 구토를 유발하는 등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해밀턴 박사의 동료가 대표적인 예이다. 응급의료 기사로 일하고 있는 케이트 햄은 2004년 무릎이 탈골 됐는데도 병원에 가지않고 3달을 버텼다. 마취주사를 맞기 싫다는 게 그 이유였단다. 좀 심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주사 공포증은 동서양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아픈 주사는 무얼까? 주사액의 종류와 통증은 상관이 있을까? 주사와 통증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 '통증의 왕' 골수검사

제일 아픈 주사라면 단연 골수검사용 주사다.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취제를 맞아도 10명 중 3명은 극심한 통증을 느낄 정도다. 백혈병, 악성 림프종과 싸우는 환자들은 적어도 2~3달에 한 번씩 이런 경험을 해야 한다고 하니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골수검사는 골(머리)이나 척추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지 않는다. 성인의 경우 보통 엉치뼈에서 골수를 20cc가량 뽑는다.

▦ 뼈주사, 이름에 주눅들지 말자

반면 이름만 아픈 주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뼈주사 이다. 뼈주사는 가뜩이나 아픈 관절에 놓는 주사이지만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뼈를 꿰뚫는 아픔’은 없다는 게 환자들의 반응이다. 얇은 침을 사용하고 뼈 사이의 관절 부위를 찌르기 때문에 일반 주사와 다를 것이 없다.

▦ 양수천자검사는 '공포탄'

35세 이상 고령 임산부들이 받는 양수천자검사는 주사 자체 보다 불안감이 통증을 키우는 경우다. 12cm가 넘는 긴 주삿바늘이 배를 뚫고 자궁안까지 들어간다는 공포감은 엄청나지만 실제 고통은 일반 주사와 비슷한 수준. 피부를 뚫을 때 따끔하지만 배 속 양수막 까지는 피하지방층이라 별다른 통증이 없다. 그 보다는 뱃속 아기가 바늘에 찔리지않을까, 양수검사가 아기에게 해롭지는 않을까 같은 걱정이 통증보다 더 공포스럽다.

▦ 바늘이 굵으면 아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바늘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아프다. 바늘 두께를 표시하는 단위는 게이지(gauge)로 숫자가 작으면 두껍고, 크면 얇다. 병원에서는 보통 17~26게이지를 사용한다. 헌혈할 때 사용하는 것이 17게이지, 조직 채취에 사용하는 것이 성인의 경우 11~13게이지이다.

▦ 주사액의 종류 보다 농도가 문제다

주삿바늘만 얇다고 안 아플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에게 “가장 아픈 주사가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결핵 예방접종(BCG), 이른바 ‘불주사’를 꼽는다. 70~80년대 주삿바늘을 알코올 램프에 소독해서 사용하던 것을 일컫던 것. 당시에는 독성이 없는 결핵균을 어깨 피부 깊숙이 넣어 불룩 튀어나온 흉터를 만들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피부에 낸 얕은 상처를 통해 균을 스며들게 해 아픔도, 상처도 예전만큼 심하지 않다.

실제로 아픈 주사약은 따로 있다. 같은 포도당, 전해질 주사라고 해도 농도가 높으면 약이 퍼지면서 뻐근하고 어릿한 ‘혈관통’을 유발한다.

*도움말= 순천향대병원 유재연 간호부장, 안지순 수간호사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알고 맞자' 주사기 나이는 154세

▲이름: 주사기(注射器)

▲나이: 154세

▲출생지: 프랑스

▲한국 입성: 1910년경 선교사와 일본군 손에 이끌려

▲외형: 합성수지 몸통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바늘이 달렸음

▲신체 사이즈: 제일 큰 것은 밀대를 뽑아 몸을 늘렸을 때 30cm, 작은 것은 9cm 내외

▲특이사항: 바늘이 없을 때는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함. 바늘의 형태는 비슷하나 크기가 다양. 바늘 굵기는 보통 0.45mm부터 1.4mm까지 있으나 특수 용도로는 3mm가 넘는 무시무시한 것도 간혹 있음. 바늘은 길게는 12cm부터 짧은 것은 1cm 남짓

▲바늘의 각도: 예전엔 바늘 끝이 원형 단면이었으나 요즘은 길쭉한 타원형. 바늘이 살갗을 파고들 때 가장 통증을 덜 느끼도록 사선형으로 절단하기 때문. 얼마 후면 나노(1nm=10억분의 1m, 보통 머리카락 굵기가 10만 nm) 기술을 이용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굵기의 통증없는 주사바늘도 나올 것이라고

▲주사기의 화려한 변신: 몸통에 피스톤과 바늘이 딸린 형태는 고전 중 고전. 요즘엔 볼펜형 권총형 수개월간 인체내에서 생활하는 삽입형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휴대용 인슐린 주사는 볼펜 모양, 치과에서 이를 갈아낸 부분에 보형물을 덧씌우는 주사는 권총 모양, 간암환자에게 사용하는 체내 이식용 주사기는 수개월간 간 바로 옆에 붙어 항암제를 직접 투여한다니 첨단 과학에 입이 딱 벌어질 밖에.

▲장난감 주사기가 더 비싸다! : 주사기는 종류만큼 가격도 다양하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cc 주사기의 가격은 놀라지 마시라, 바늘을 합쳐 35~45원이다. 문구점에서 파는 장난감 주사기가 300~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푸대접이 없다. 팔아 봤자 돈이 되지 않는 터라 제조업체들도 하나 둘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한 주사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기 가격이 문구점에서 파는 장난감 주사기의 10분의 1도 안되니 어느 누가 기술투자를 하겠냐”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반면 비싼 주사기는 200만 원을 호가한다. 시간에 맞춰 정해놓은 양만큼 인슐린을 주사하는 인슐린 펌프가 비싼 몸값의 주인공이다.

▲바늘 괴담: 병원에서 가끔 일어나는 황당한 사고중 하나는 환자에게 사용했던 주사바늘에 애꿎은 사람이 찔리는 것이다. 응급실로 뛰어 보지만 그 환자가 간염환자인지 AIDS환자 인지 알 길이 없어 의료인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안전 주사기. 안전 주사기는 사용 후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쑥 들어가거나, 덮개가 씌워져 바늘 찔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한국인의 유별난 주사 사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병의원급 주사제 처방률은 2005년 현재 26~27%를 넘나든다. 반면 미국 5%, 영국 1%, 호주 2% 이하에 불과하다.

이유는? 일본문화의 영향이란다. 여인석 연세의대 의사학과(醫史學科) 교수는 “도입 당시 일본의학이 주사를 선호했기 때문에 이런 정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런데 약 보다 주사가 더 효과적일까? 전문의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주사가 먹는 약에 비해 몸에 흡수되는 것은 빠르지만 쇼크나 혈관염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응급할 때만 사용하는 게 좋다. 주사의 따끔함이 병을 낫게 하지는 않는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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