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파리의 피자
알림

[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파리의 피자

입력
2007.04.19 23:34
0 0

봄바람이 살랑이니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욕구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다. 정처 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에 대한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요즘은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이는 더 이상 로망에 그치지 않지만 말이다.

직업이 프리랜서인 우리 부부에게 ‘스케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 부럽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부부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여행은커녕 짧은 나들이마저도 생각하기 힘든 데 말이다. 그래서 남편과 가끔 떠나는 해외출장은 꿀같이 달기만 하다.

작년 이맘 때 한 회사의 화보 촬영차 열흘 동안 남편과 프랑스에 머문 적이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떠나본 여행아닌 여행이었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라 가방이 한없이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새털처럼 가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얼마나 학수고대했던 남편과의 여행인가’ 싶어 어린아이처럼 마냥 설레고 목이 빠지도록 ‘그 날’만 기다렸다. 드디어 여행은 시작됐고 저녁 즈음 도착해 바로 숙소로 향했다.

물론 곧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바쁜 업무가 시작됐다. 여행이라는 기분으로 떠난 일정이었지만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빨리 끝내고 자유시간이라도 보내자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힘들게 촬영하기를 닷새쯤 계속 했을까. 모든 일이 끝나고 드디어 자유시간이 주어진 날, 우리부부는 배낭을 하나씩 나눠 메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다. 나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낯설고 신기한 곳이지만 남편에게는 배움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파리에 익숙한 남편에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다고 졸랐다.

한 피자ㆍ파스타 전문점 앞을 지날 때였다. 토마토와 치즈 향이 코 끝에 맴돌며 우리를 유혹했다. 잠시동안 ‘프랑스에 와서 굳이 피자를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일었지만 냄새의 유혹을 떨칠 수는 없었다.

가게로 들어가 여러 메뉴 중 무엇을 주문할까 남편과 의논하다가 그래도 치즈 향이 가득한 피자가 좀 더 프랑스적이지 않을까 싶어 여러 가지 치즈가 토핑 돼 있는 피자를 주문하게 됐다.

그 메뉴의 구체적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고르곤졸라(Gorgonzolaㆍ이탈리아 블루치즈의 일종) 치즈가 많이 들어간 피자였던 것 같다. 고르곤졸라 치즈는 그 향이 아시아인에게 다소 역하게 느껴질 수 있어 조금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일단 피자의 향과 모양만큼은 합격이었다. 은은하면서도 진하게 퍼지는 치즈 냄새와 함께 아직도 뜨거운지 치즈가 들썩들썩 거리며 살살 녹아 내리는 모양이 식욕을 자극했다. 우리 부부는 앞 다퉈 한 조각씩 피자를 떼어 들고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피자를 먹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려울 것이다.

진하게 퍼지는 치즈향도 그만이지만 그 밑에 얇게 펴서 바삭하게 구운 피자 도우(피자용 빵) 또한 제대로였다. 피자 도우가 두꺼우면 치즈의 향이 반감돼 본래의 맛을 해칠 수도 있건만 어떻게 그리도 계산을 잘해 만들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피자에 보통 탄산음료를 곁들이면 그 맛의 깊이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점원이 권해준 한잔의 탄산음료는 정말 귀신같이 피자와 맛이 어울렸다. 아무런 맛이 가미되지 않은 탄산수에 간단히 레몬과 라임 그리고 민트잎을 띄운 음료였지만 피자 한 조각을 먹고 다소 텁텁해진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내는 느낌이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식사 내내 즐거웠던 이유를 꼽으라면 피자와 이 탄산음료의 절묘한 ‘궁합’일 것이다.

파리에서의 예상치 못했던 이 같은 경험 덕에 이 후 이 피자와 음료는 케이터링(연회 등에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할 때 자주 올리는 메뉴가 됐다.

여건상 도우를 만들지 못한다면 대신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르티야(tortillaㆍ멕시코식으로 만든 납작한 빵)를 이용해 피자를 만들어 보자. 파리에서 맛봤던 탄산음료는 비싼 수입탄산수 보다 저렴한 국산 광탄수를 구입해 레몬을 곁들이면 금세 완성할 수 있다.

1. 토마토 치즈 피자

재료:토르티야 2~3장, 토마토소스 250g, 다진 청양고추 1큰술, 다진 양파 3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모차렐라 치즈 150g, 카망베르 치즈 50g, 다진 파슬리, 향신료(바질, 로즈마리, 월계수) 조금

만들기

토마토소스에 갖은양념 넣어 섞기

볼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소스와 다진 청양고추, 양파, 마늘을 넣어 잘 섞어 놓는다.

토르티야에 토핑하기

토르티야에 준비한 소스를 바르고 모차렐라 치즈와 카망베르 치즈를 얇게 썰어 준비한다. 파슬리, 향신료를 예쁘게 얹는다.

굽기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2. 레몬&라임 탄산수(1컵 기준)

재료:탄산수 200cc, 레몬즙 2큰술, 레몬 슬라이스 1장, 라임 슬라이스 1장, 민트 종류 조금

만들기

투명한 유리잔에 탄산수와 레몬즙을 넣어 잘 섞는다.

모양내기

탄산수에 슬라이스 한 레몬과 라임을 넣고, 민트를 한두 개 띄워 장식한다.

김상영 푸드스타일리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