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는 이 학교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국내 동문들과 대학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버지니아공대의 자매 학교인 건국대는 18일 사고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대는 2005년 8월 국제협력센터 주관으로 버지니아공대와 교류협정을 체결한 이후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공동 학술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 화학과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 2명이 버지니아공대에서 수학 중이며, 5월에는 버지니아공대 학생 18명과 지도교수 2명을 국내로 초청해 국제하계프로그램을 개최할 계획이었다.
오명 총장은 이날 찰스 스티거 버지니아공대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양교 간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귀교가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기를 충심으로 기도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또 “이와 별개로 양교가 시행 중인 학술교류 사업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환 학생 신분으로 지난해 8월부터 건대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션 세틀(22ㆍ화학과 4년)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기 참사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이번 일이 자칫 한국계 학생에 대한 편견이나 폭력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건대는 5월 국제하계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추억이 담긴 모교의 비보를 접한 버지니아공대 한국 동문들도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35년 전 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이상철 광운대 총장은 “첫 유학생활의 애잔했던 추억이 이제 그지없는 슬픔으로 바뀌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이 그토록 많이 희생된 데 대해 동문으로서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이번 사건이 ‘한국인이 저지른 일’로 초점이 맞춰져 인종적인 문제로 확산돼선 안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이 위치한 블랙스버그 타운에서 9년 동안 살며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교통연구원 강연수 첨단교통기술연구실장은 “방학이면 온 도시가 텅 빈 것 같은 조용한 학교 타운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 있는 동문들의 반응에 대해 “교환교수로 가 있는 친구가 ‘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삼가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화가 올 정도”라며 걱정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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