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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대체하자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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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대체하자는데… 과연?"

입력
2007.04.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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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토플(TOEFL) 대란’을 계기로 ‘토플 대체(代替) 시험’을 개발하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외유학 준비생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인정 받는 영어시험을 보게 해 토플 수요를 대폭 줄이자는 뜻이다.

이는 지금처럼 일부 고교와 대학들이 입학과정에서 토플을 주요 전형요소로 삼고, 학원들이 토플 시험 응시를 부추기는 상황에선 토플 대란이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미 존재하는 국내 공인영어시험이 왜 활성화하지 못하는지 우선 따져 보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18일 현재 정부가 공인한 국내 영어시험은 모두 5개다. 서울대가 2000년 개발한 텝스(TEPS)가 대표적이다. 토익과 마찬가지로 듣기와 읽기 영역으로 구성되며 990점 만점이다. 숙명여대는 말하기ㆍ쓰기 능력을 측정하는 MATE, 강남대는 ESPT를 개발했다. 민간기관인 한국외국어평가원과 한국평생교육평가원도 각각 PELT와 TESL 등을 내놓고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험의 응시자 수는 토플이나 토익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텝스의 경우 연간 응시인원이 약 20만명(2005년 기준)으로 토익(170여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외국어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개발한 플렉스(FLEX) 응시자도 3만여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토종 영어시험의 부진 이유로 지명도가 낮고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일부 영어시험은 이름조차 낯선 게 사실”이라며 “사람들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보는 시험을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국내 영어시험 주관단체의 전문성과 출제위원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한학성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는 “현재 토종 영어시험은 대학이나 소규모 민간기관에서 출제하고 있는 게 전부”라며 “전문성이나 규모 면에서 질 높은 문제 개발이나 변별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 중인 국가 주관 영어시험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연구진과 출제위원을 ‘그 나물에 그 밥’ 식으로 구성한다면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시험을 보급하는 마케팅 능력의 한계도 지적된다. 이성하 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장은 “토익은 민간업체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고, 토플은 상대적으로 높은 변별력과 보안성으로 수요를 파고 들었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대학이나 민간기관 자체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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