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의 범인이 한국인 조승희씨로 드러나면서 재미동포 및 유학생, 주미 공관 등은 17일 충격과 우려 속에서 이번 사건이 미국 내 국가.인종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대처하고 나섰다.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주 등 미국 3개 지역 한인회와 워싱턴 지역 교회 협의회(이병완 회장)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추모 기금 조성, 미국 언론 홍보 대책, 조문단 방문 등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워싱턴 한인회의 김영근 상임고문(세계한인회 공동의장)은 “추모 기금을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인 기금조성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CNN 등 미국 언론에도 가능한 한 범인의 국적을 밝히지 말도록 협조 서신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명호 사무총장은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한인 사회가 모두 힘을 합쳐 대처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과잉 대처로 오히려 미국사회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차분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또 “현재 한인 사회에는 일부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는 등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포들에게 차분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뉴욕 보스턴 등 주요 지역 총영사관도 이날 공문을 통해 동포들에게 △미국인을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고 △인적이 드문 곳이나 유흥업소, 오락시설 등 신변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 출입을 자제하며 △취학자녀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 등을 당부했다.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위안부문제대책위원회도 이날 긴급모임을 갖고 19일 워싱턴에서 열기로 했던 장외집회를 취소했다. 비록 총기 참사와 위안부 문제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미국현지 분위기가 민감한 만큼 자칫 장외집회가 엉뚱한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모두 500여명의 한국계 학생이 재학 중인 버지니아공대에서는 이날 한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기숙사에서 퇴사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승우 한인학생회장은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들이 신변의 위협을 우려해 학생회측에 도움을 요청해왔다”면서 “이에 따라 대책을 논의, 일부 학부생들의 기숙사 퇴사를 도왔으며 앞으로 퇴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적극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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