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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사건 충격/ 흔들리는 이민 1.5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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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사건 충격/ 흔들리는 이민 1.5세대

입력
2007.04.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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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조승희씨가 이민 1.5세로 확인되면서 동포사회 자녀들의 소외와 사회 부적응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은 조씨의 비뚤어진 인성이 빚어낸 참극이고, 많은 동포 자녀들은 미국에서도 당당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또 주류사회 진입을 위해 대다수 동포들이 격렬한 ‘투쟁’을 겪으며 불가피하게 소외와 갈등, 좌절과 일탈을 겪는 것도 사실이어서 공동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가정이 없다

미국에 잠시 왔다 가는 주재원이나 유학생과 달리, 이민 동포 자녀들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긴장이 높은 환경에 노출된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10년째 사업을 하는 강철수(54)씨는 동포 자녀들이 겪는 위기의 배경을 ‘가정의 실종’에서 찾았다. 강씨는 이번 일에 대해서도 “남 얘기가 아니다”며 “자식들 어렸을 때 건너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동포사회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이러니 부모 자식간에 대화조차 할 수 없고, 자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며 “결국 상당수 자녀들이 방치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민 1세대의 상당수가 세탁소나 식품점과 같은 저임금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일주일 내내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에 매달리다 보니 자녀들과 얼굴을 맞댈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한편 미국의 각급학교는 학교와 가정 간의 소통을 매우 중시하지만, 부모들이 언어장벽이나 시간부족으로 학교와 거의 교류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자녀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동료들과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는 외톨이, 증오와 편견으로 가득찬 내면, 폭력과 광기를 드러내는 상상력 등 단편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조씨의 인성도 동포사회의 불가피한 가정환경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왜곡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 두터운 사회적 장벽

조씨 집안과도 친분이 있는 강씨는 미국사회의 두터운 벽도 동포 자녀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 또래 젊은 친구들에게 미국은 끝이 안 보이는 저 멀리 있는 곳, 유리천장 같은 세계”라며 “여기서 학교에 다니는 많은 동포 학생들 중 상당수가 대학을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직장 다니거나 부모님이 하는 가게를 이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에 대해서도 “그 친구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괜찮은 대학이지만 취직자리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사회의 벽은 동포 자녀라면 필연적으로 느끼기 마련이다. 초등학생시절과 달리 중학생으로 넘어가면 대부분 친구들이 인종별로 구별된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같은 동포 학생들이나 아시안 학생들과 몰려다니다 보니 범죄 등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LA나 뉴욕 코리아타운에서 동포 학생들의 범죄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 플러싱에 사는 전모(47)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하루종일 집에서 컴퓨터 오락만 하며 뒹굴고 있어 밖에 나가 친구들과 좀 어울리라고 했더니 ‘그럼 나가서 마약 하고 깡패짓을 해도 되냐’고 반문해 할 말이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동포 자녀들의 이 같은 소외와 좌절에 대해 이민 1세대로 50여년간 뉴욕ㆍ뉴저지에 살아온 김정희씨(사업)는 “무엇보다 가정이 단단해야 하고, 한국인의 건강한 문화 유산을 교육시켜야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며 “동포사회도 이제 자녀교육에 대해 공동체적인 장기 대책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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