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계 1,2위 업체들이 신생아들이 자사 분유에 길들여지도록 하기 위해 9년간 전국 143개 산부인과 병원에 시중금리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고 자사 분유를 독점 공급해오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 시정명령(행위중지)과 함께 남양유업에 1억2,000만원, 매일유업에 1억800만원 등 총 2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1997년 7월부터 지난 해 8월까지 전국 143개 산부인과 병원에 연평균 3.32%의 저리로 대여금을 지원하고 대신 자사 분유를 독점 공급해왔다.
남양유업은 85개 산부인과 병원에 338억원, 매일유업은 58개 산부인과 병원에 278억원을 빌려줬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평균 금리는 6.37%수준이었다. 병원들이 싼이자로 돈을 빌린 셈이다. 병원들은 빌린 돈을 운영비나 건물 증축비 등으로 사용했다.
남양유업이 저리 대출의 대가로 병원에 공급한 분유는 12억5,900만원(97.1톤), 매일유업은 11억400만원(87.5톤)어치로 집계됐다. 금리차를 감안하면 남양유업은 39억2,100만원, 매일유업은 26억8,8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이들 업체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정상적 거래를 한 것은 신생아들이 병원에서 처음 맛본 분유에 길들여져 같은 분유만 먹게 되는 소비특성 때문이다.
병원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신생아들이 퇴원 후 1년 이상 같은 분유를 먹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매일유업의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의 46.3%가 병원에서 먹던 분유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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