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종 다단계수법을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에 지난달 말 이후 이어져온 코스닥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마침내 꺾였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른 이른바 ‘묻지마 급등주’들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17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93포인트(0.99%) 하락한 690.16으로 거래를 마감, 1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전대미답의 700선 돌파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부품업체 루보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의 수사가 확대될 경우 조사 대상 종목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아이콜스 케너텍 케이피티 제일창투 시그마컴 신명B&F 한일사료 한텔 유니보스 등이 무더기로 가격제한 폭까지 떨어지며 하한가 매도잔량(하한가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남은 주문)이 수북이 쌓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루보의 경우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난해 10월 1,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가 불과 6개월 새 5만원대로 40배 이상 급등했지만, 이상급등종목 지정 등의 시장 조치를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루보는 주가가 오르는 동안 급등사유를 묻는 조회공시 요구를 네 차례나 받았지만, 한 차례 특허취득 공시 외에는 ‘이유 없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래소는 “주가상승이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현행 규정으로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추락한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감시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경우처럼 기존 규정의 허술한 틈을 노리는 신종 수법의 출현에 대비해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제때 경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양증권 김연우 연구원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자들 스스로가 투기적인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시장당국도 루보처럼 장기간 이유없이 오르는 종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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