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실버타운에 부모를 모시고 있는 김모(42)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손자들과 같이 지내고 싶어하는 부모님의 성화가 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노인전용 주거단지가 가진 편의성은 있지만 가족과 함께 거주하지 못하는 단점 때문에 새로운 주거공간을 고려 중"이라며 "일반 아파트이면서 고령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아파트가 내달 중 분양한다는 소식이 있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세대를 겨냥한 건설업계의 분양전략이 중심이동하고 있다. 실버타운이나 실버주택 등 노인계층만을 위한 주택공급 추세에서 벗어나, 노인생활을 배려하면서 온 가족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주택을 건설하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부양가족이 많은 세대주에게 유리하도록 주택청약제도가 변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내달 분양에 들어가는 경기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에 실버타운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골든상품'을 공급키로 했다. 이 아파트에는 응급호출 시스템, 미끄럼방지 바닥, 안전 난간 등 실버세대를 배려한 50여가지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신개념 노인 커뮤니티 센터인 '골든 클럽'에는 사랑방, 라운지, 건강관리실, 동호인실 등이 마련되며, 카페나 포켓볼 시설을 갖춘 고품격 사교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밖에 치매예방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노인 관련 문화 및 교양 강좌 등을 단지 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도심내 생활을 원하는 노인들을 위한 주택개념"이라며 "이를 통해 이들이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골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SK건설이 내달 분양예정인 '리더스뷰 남산'도 실버세대를 위한 다양한 배려가 돋보인다. 우선 욕실 욕조를 바닥으로부터 20㎝가량 낮춰 안정성을 높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쓰레기 수거처리 서비스와 무료청소서비스도 실시한다.
건물내에는 노인 전용 커뮤니티 시설인 전용 라운지도 들어선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완공한 실버레지던스 SK그레이스 힐에 '메디프렌드'라는 실버세대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신도시내에 건설중인 '더샵 센트럴파크원'에 유-헬스케어(U-Healthcare)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최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협약을 맺었다. 아파트내 건강측정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입주자의 혈압, 체성분 등 건강검진 자료를 서울대측에 보내면, 병원측에서는 개인별로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한 곳도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3급 이상 중증 지체장애인 가족이 있는 세대가 국민임대주택 분양을 받을 때는 욕실내 미끄럼 방지타일과 좌식 샤워시설 등 14가지의 편의시설을 무료로 공급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인전용 실버타운의 경우 일반아파트와 분양방식도 다른데다 인근 주민들의 인식도 좋지 않아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대신 실버타운의 기능을 강화한 아파트가 새로운 블루칩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