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ㆍ보궐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물어내라.”
4ㆍ25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선거를 치르는 지역에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사퇴하거나 자격이 상실된 단체장과 소속 정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재보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국회의원 3명을 포함해, 자치단체장 6명, 시ㆍ도 광역의원 9명, 구ㆍ군 기초의원 38명 등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5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모두 2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비용환수 운동본부는 17일 구민 200여명과 함께 대리시험으로 사퇴한 이훈구 전 양천구청장과 이 전 구청장을 공천한 한나라당을 상대로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20일 남부지법에 내겠다고 밝혔다. 1억2,000만원은 이 전 구청장이 구청에서 챙겨간 법정선거 비용이다.
지난해 5ㆍ31 지방선거로 7월에 임기를 시작한 이 전 구청장은 2005년 8월 학원강사에게 300만원을 주고 검정고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올해 1월 자진 사퇴했다.
운동본부 박일남 본부장은 “기초단체장 선거는 중앙정부가 전액을 보조해 주는 대통령선거와 달리 100% 구 예산으로 치러지는 만큼 구민들이 느끼는 혈세낭비 체감도가 훨씬 커 소송을 내기로 했다”며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양천구는 4ㆍ25 구청장 보궐선거로 16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로 구성된‘양만사(양천구를 만드는 사람들)’ 김순환 대표는 “이 전 구청장과 한나라당은 구민을 우롱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보궐 선거를 당연시 여기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선이후 3번째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경북 봉화군과 충남 서산시의 주민들도 집단 행동을 전개할 조짐이다. 경북 봉화군은 전 군수의 선거법위반에 따른 재선거관리비용 4억8,675만원을 대느라 군의 살림이 거덜날 판이다.
게다가 선거가 끝나면 3명의 후보자들에게 보전해줘야 할 법정선거비용 2억∼2억5,000만원을 더하면 군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6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군의 연간 세입은 110억원이다. 전 군수는 지난해 5ㆍ31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공천 대가로 5,000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돼 징역 1년을 건고 받아 군수직을 상실했다.
주민 김모(49ㆍ자영업)씨는“막대한 재ㆍ보궐선거 비용을 원인 제공자들이 내지않고 군민들의 혈세로 치르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민들도 이제 그냥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거 비용으로 약 13억원을 써야 하는 충남 서산시에서도 구상권 청구 등의 제도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 서산시의원 윤철수(52)씨는 “실정법 위반으로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경우 당사자에게 구상권 청구 등의 제도를 마련해 선거법 준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행정학과 홍준현 교수는 “유권자들이 단체장을 잘못 뽑을 땐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우선 선관위가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자체 검증하는 시스템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화=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정민승기자 msj@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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